면적 

 21㎢

 인구

 10,084명 (2015년 추산)

 1인당 GDP(PPP)

 $2,500 (2006년 추산)



 - '나우루'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 태평양 한가운데, 적도 바로 아래 위치한 작은 섬나라죠. 그 작은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데, 넓이는 서울 면적의 1/30이고 인구는 한국의 웬만한 읍 하나보다도 적습니다. 나우루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작은 국가이며, 특히 공화국 중에서는 가장 작은 나라로 꼽힙니다(나우루보다 작은 바티칸이나 모나코는 '공화국'이 아니므로). 어찌나 작은지 명시된 수도(首都) 자체가 없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 위치나 크기 등에 비하여, 나우루는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하여 일반인에게도 어느 정도는 그 정체가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관광이라든지 국제정치라든지 하는 것과는 별 관련이 없고, '자원으로 흥하고 자원의 고갈과 함께 쫄딱 망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원 고갈 이후 인류(혹은 중동의 석유 부국들)의 미래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입니다.




1. 시작 : 바다새의 배설물로 만들어진 작은 섬


 - 이곳은 그야말로 태평양에 점점이 흩어진 수많은 섬들 중 작은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섬에는 뭔가 특별한 게 하나 있었으니, 태평양에 서식하는 알바트로스 등의 바다새들이 오랜 기간 이 섬을 오가며 화장실(?)로 썼다는 것입니다. 자연히 이 섬에는 수천 수만 수억(?)년간 바다새의 배설물이 쌓이게 되었는데, 이 배설물은 오랜 시간동안 굳어 인(P) 성분이 많이 함유된 인광석으로 변모하였습니다.


 - 바다새가 만든 인광석만 잔뜩 쌓인 이 섬에는 태평양을 누비던 원주민(폴리네시아, 미크로네시아)들이 언제부턴가 들어와 정착하였습니다. 원주민들이 물고기를 잡으며 살던 작은 마을에 서양 세력이 들어온 것은 19세기. 나우루 섬은 독일 제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이곳을 찾은 유럽인들은 섬 전체에 지천으로 널린 인광석에 주목하게 됩니다. 인광석은 비료, 폭약,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 쓰이는 중요 자원이었거든요.


 - 자원의 보고로 밝혀진 이 섬은 이후 본의아니게 열강의 각축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독일의 손을 떠나 국제연맹의 위임통치를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 초에는 독일 폭격기가 이 섬 일대를 폭격하여 연합군의 시설을 파괴한 일이 있었으며, 얼마 뒤 일본이 이 섬을 점령하여 1945년 항복할 때까지 지배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은 외부의 전염병이나 강제이주 조치를 겪어야 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섬에 귀환한 원주민은 7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폭격을 당하는 나우루 섬]


 - 이후에는 오스트레일리아가 국제연합을 대표하여 신탁통치를 하였으며, 1960년대 정부를 구성한 이후 1968년 완전히 독립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우루의 신화가 시작됩니다.




2. 리즈시절 : 세계 제일의 부자 나라


 - 독립 직전인 1967년, 나우루 주민들은 영국으로부터 인광석 개발권을 완전히 넘겨받았습니다. 독립 이후 나우루는 국가 차원에서 인광석 개발에 나서 엄청난 이익을 쓸어모았으며, 주민들은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배불리 먹고 살 만큼 막대한 부를 얻게 됩니다. 1980년대 초 미국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갓 넘을 때, 나우루의 1인당 GDP는 2만~3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다시 강조하자면, 1980년대 초입니다.


[저게 다 돈입니다 돈!]


 - 인구도 1만 명 남짓으로 많지 않으니 나우루 정부는 인광석 관련 수익을 아예 전국민에게 골고루 분배했고, 신석기시대 나우루 주민은 그야말로 허공에 태워도 남아돌 만큼 많은 부를 얻었습니다. 웃기게도 정작 나우루 주민은 인광석 채굴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단지 외국인들이 인광석을 채굴하는 대가로 지불한 로얄티만으로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것.


 - 사실 아무도 일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필요한 물건은 외국에서 사 오고, 필요한 노동력은 외국인을 불러와서 시키고(심지어 공무원이 외국인이었을 정도!), 술 한 잔 마시러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녀도 돈이 남아돌 정도였습니다. 세금은 당연히 없고(애초에 그 돈을 누가 줬는데요), 주택, 교육, 병원 또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요. 현실 유토피아 심하게는 화장실에서 1달러짜리 지폐로 뒤를 닦을 정도였다는군요.


[물론 돈으로 담뱃불을 붙이는 이 분은 나우루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 다만 당시에도 (주로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나우루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던 모양입니다. 자원은 영원한 게 아니니까요. 나름 나우루 정부에서도 이 돈을 가지고 여기저기 투자도 하고, 돈놀이도 하곤 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성공한 게 없었습니다. 그래도 당장의 영광이 너무 컸기 때문에 나우루의 그 누구도 걱정을 하지 않았고, 정부에서는 "자원이 떨어지면 그 때 가서 생각해보면 되겠지" 정도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ㅡㅡ; 그리고......




3. 몰락의 시작 : 인광석이 바닥났다!


 - 우려했던 상황이 1990년대 이후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80% 이상이 채굴된 나우루의 인광석 생산량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정부는 더 이상 인광석 개발로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 당장 급한 불을 끄고, 어항을 확장하여 주민들이 새로운 직업을 갖게 하려고 했지만 참담하게 실패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나우루 주민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기본적인 노동 개념조차 잊어버린 겁니다!


 -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온갖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일하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려서, 빨래나 설거지 등 기본적인 가사조차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하질 않는데다 식품이라곤 죄다 외국산 가공식품 투성이였으니, 90% 이상의 주민이 비만 상태로 온갖 질병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바론 디바베시 와카(1959-) 現 대통령. 대부분의 주민이 이런 상태]


 - 다급해진 나우루 정부는 전략을 바꾸어, 세계의 검은 돈(부정축재라든지, 범죄조직이라든지......)을 끌어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조세피난처와 돈세탁 천국으로 변모한 나우루는 세계의 욕을 처먹으면서도 그럭저럭 경제수준은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정부는 영국에서 상연된 어느 뮤지컬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런던에서 열린 초연에는 정부 각료들이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으며, 투자한 돈은 쫄딱 날려먹는 등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습니다.


 - 결국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를 먹으면서 이 전략도 끝장났고, 나우루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4. 나우루의 현재 : 자원에만 의존한 사회의 최후


 - 이후 나우루는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대가로, 오스트레일리아로 흘러들어온 난민들을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우루가 이들을 제대로 먹여살릴 여력이 있는 곳도 아니고, 사실상 난민들을 수용소에 가둬놓다시피하는 수준이라 난민들의 거센 불만을 불러왔습니다. 그래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나우루는 잊을 만하면 수용된 난민들의 폭동으로 나라 전체가 난장판이 되는 일을 겪고 있습니다. 대통령 청사가 불탄 적도 있다는군요.


[나우루 섬을 촬영한 항공사진]


 -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인광석 개발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인광석 더미나 다름없었던 나우루 섬의 높이는 계속 낮아졌고, 개발이 거의 끝나가는 현 시점에는 해수면과 거의 높이 차이가 없을 만큼 섬의 고도가 낮아져 있습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의 높이가 높아져버리니, 나우루는 장기적으로 바다 밑에 통째로 잠겨버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 현재의 나우루는 사실상 국제 사회의 원조로 연명하고, 그 대가로 난민을 수용하거나 국제연합에 한 표를 던져주는 신세입니다. 소수의 공무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은 실업 상태이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며(당뇨병 환자가 전체의 40%) 제대로 일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 나라 주민의 평균 수명은 에이즈나 다른 전염병의 요소가 거의 없는 환경임에도, 58세(남자)/65세(여자)로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 나우루의 번영과 몰락은 인류 문명 전체에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자원을 빨아먹으며 번영을 누리는 현재의 인류 문명이, 바로 그 자원이 고갈될 때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우루의 역사는, 현재의 번영에 도취되어 미래의 환경 변화를 대비하지 않을 때 인류는 결국 몰락하게 될 것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참고 : 

한글 위키백과, 영문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http://www.nauru.or.kr/

http://skccblog.tistory.com/1070

http://clankorea.com/index.php?document_srl=16368&listStyle=webzine&mid=mission_south_pacific

경향신문 "[지구의 밥상] (1) 태평양의 '콜라 식민지'"

연합뉴스 "태평양 나우루의 호주 난민수용소, 폭동에 초토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