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ED가 뭔데?

 

- LED(Light Emitting Diode), 한국어로 '발광 發狂 말고 다이오드'입니다. '다이오드'라는 명칭이 붙은 걸 보니 반도체 소자의 일종이고, 그 중 빛을 내는 성질을 가진 특정 종류의 소자를 의미합니다. 최근 LED 이야기가 사방에서 나오는 것은 이 특이한 소자의 발전이 빛을 다루는 전반적인 분야에 큰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LED가 일종의 반도체 소자라고 말했으니 여기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 봅시다. 일단 '반도체'란 말을 많이 쓰지만 이게 대체 뭔가에 대하여는 많은 사람들이 모르죠. 일단 반도체는 도체(전기가 통함)와 부도체(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음) 사이의 물질이라고 흔히 정의됩니다. 이들은 보통 14족 원소들인데, 전자의 개수와 전자가 없는 빈 칸의 개수가 같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 중고등학교 과학 지식을 가지고 이해를 해 봅시다. 주기율표에서 '족'이란 최외곽 전자 개수와 관계가 있죠. 14족 원소들은 최외곽 전자 개수가 4개이고, 여기엔 전자가 8개까지 찰 수 있으니(물론 큰 원소들은 최외곽 전자가 18개까지 차겠지만 우린 거기까지 가지 않을 겁니다) 전자 4개에 빈 칸 4개가 있는 셈이죠. 이들 빈 칸을 일반적으로 '정공(혹은 양공)'이라 합니다.

 

 - 순수한 14족 원소는 전자와 정공의 수가 같기 때문에 별 일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불순물이 섞여 전자와 정공의 개수가 바뀌면 상황이 달라지죠. 전자가 더 많아지면 남는 전자는 정공을 찾아다닐 것이고, 정공이 많아지면(전자가 적어지면) 남는 정공들은 전자가 들어오기만 하염없이 기다리게 됩니다.


- 그래서 어떻게 하냐면, 두 물질을 붙여놓은 다음 거기에 전류를 흘려보냅니다. 전류가 흐른다는 건 전자가 이동한다는 것과 동의어니까, 이를 이용하여 두 물질 사이에서는 전자가 정공을 찾아다니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전자는 한 쪽에만 많이 있지 않았나요? 그래서 실제로 두 물질 사이에서 전자는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반도체 소자의 기본 원리입니다.

 

- 두 물질 중 전자가 많은 쪽은 전기적으로 음성(-)을 띠기 때문에 N형(Negative), 정공이 많은 쪽은 (+)를 띠므로 P형(Positive) 반도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당연히 전류는 P형→N형으로 흐르죠. N형과 P형을 하나씩 붙여놓은 것을 '다이오드', 번갈아가며 세 개를 붙여놓은 것을 '트랜지스터'라 합니다.

 

- 그런데 전자는 이동하면서 일정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고, 몇몇 종류는 이 에너지가 빛의 형태로 방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LED입니다. 여기서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은 일정한데, 빛에서 에너지의 양은 파장의 길이와 관련이 있고 파장의 길이란 빛에서는 바로 색깔이죠. 특정한 물질로 LED를 만들었을 때 특정한 색의 빛이 나온다는 원리가 바로 이것입니다(자세히 설명하려면 Energy Band Gap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어려우니 생략).


[대충 이런 원리]


 

2. LED 개발의 역사

 

- LED의 원리 자체는 상당히 오래 전에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영국의 엔지니어 헨리 조셉 라운드(1881-1966)는 진공관 다이오드의 대체물질을 연구하던 중 특정 재료에 전류를 흘려보낼 때 빛이 방출되는 현상을 '우연히' 발견하고 학술지에 소개하였습니다. 다만 라운드의 전공 분야가 이 쪽이 아니기도 해서 그는 이걸 소개만 하고 끝내 버렸고, 이후 몇몇 학자들의 관련 연구만 진행되었습니다.

 

- 1950년대 이후 반도체 소자가 개발되고 관련 지식이 쌓이면서, 발광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가시광선을 방출하는 소자를 개발하여 실제로 활용하는 데 집중하였고, 마침내 1962년 닉 홀로니악(1928-)이 GaAsP(갈륨+비소+인)을 이용한 적색 LED를 개발하여 최초로 실용화하는 데 성공합니다.

 

-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황색, 황록색, 주황색 등의 LED가 속속 개발되어 LED 실용화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등에서 흔히 보는 단순한 색의 전광판이 바로 초기 LED의 대표적인 활용 사례죠. 그런데 LED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청색 LED가 실용화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 물론 청색 LED의 개발 자체는 초창기부터 계속되어 왔지만, 실제로 써먹을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인 소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오랫동안 LED 사용 확대를 가로막고 있었는데, 1994년 나카무라 슈지(1954-), 아마노 히로시(1960-), 아카사키 이사무(1929-) 등이 GaN(질화갈륨)을 이용한 새로운 청색 LED를 개발하며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녹색 LED도 곧 개발되었습니다.

 

- 이게 왜 중요하냐면, 청색-녹색 LED가 개발되면서 드디어 빛의 3원색을 모두 LED로 구현하게 되었고, LED로 백색 빛을 내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LED를 조명이나 영상화면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이 때부터죠. 그 중요성이란 이 세 명의 과학자가 함께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을 정도니 더 이상의 설명이 必要韓紙?

 

 

3. 어디에 쓰이고 있는가?

 

- 일단 생각나는 곳은 바로 전광판. 간단한 글자와 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LED 전광판은 꽤 오래 전부터 실용화가 되었고, 일찍부터 일상에 깊이 파고들어 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황색-적색-황록색을 활용한 전광판이 바로 초창기 LED 기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물건이죠.


[우리에게 익숙한 LED 전광판]


- LED의 활용도가 폭발하게 된 계기가 바로 청색-녹색 LED 개발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 빛의 3원색을 모두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모두 합친 백색 빛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는데 이것은 조명이라든지 디스플레이라든지 등등 빛을 활용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거든요(괜히 다른 색도 아니고 청색 LED 개발자들이 노벨상을 받은 게 아닙니다).


- 이들의 생산이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LED를 활용한 물건은 우리 주변에서 점차 많아지게 됩니다. 당장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상당수는 집 전등을 LED 조명으로 쓰고 있을 겁니다. 블로거의 집도 책상 조명은 모두 LED 램프를 쓰죠. 그리고 LED 디스플레이(TV나 모니터)가 상용화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이건 LCD 액정 뒤에 있는 광원을 LED로 바꾼 것을 이야기합니다.


 

[LED TV의 원리. 일반 LCD TV보다 더 얇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 그 외에 신호등 조명이 LED로 바뀌기 시작한 건 좀 됐고, 가로등이나 공공건물 조명도 LED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LED 조명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일까요? 우선 LED가 기존 전등에 비해 가진 효율성의 우위 때문입니다. 열이 많이 방출되어 에너지 낭비가 심한 다른 조명과 달리 열 방출이 비교적 적습니다(블로거는 이 글을 쓰면서 책상 스탠드 전구에 손을 30초쯤 대고 있었습니다. 다른 조명이면 바로 화상을 입죠).


- 두 번째 이점은 전구의 수명입니다. 주기적인 전등 교체가 필요한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비하여 훨씬 긴 수명을 자랑하죠(다만 반영구적인 것까지는 아니고, 특히 LED 소자는 열에 악하기 때문에 제대로 방열을 해주지 못하면 수명이 다른 전등보다도 훨씬 짧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용도에 따라 다양한 빛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물론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들도 있다는군요. 위에서 말한 열 문제도 그렇고,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현재는 전기 종류를 변환(교류→직류)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 열 낭비가 적잖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직 백열등-형광등을 압도할 정도의 효율은 나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 LED의 가능성을 두고 2000년대 이후 수많은 업체가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아직 기술이나 경험이 부족하고 시장이 '생각만큼' 빠르게 성장하지는 않고 있는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망하는 기업이 많다고 합니다.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빨리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군요. 관련기사


- LED 조명의 가능성 자체는 분명 거대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광합성에 적합한 파장의 빛을 방출하는 LED 조명을 이용한 농작물 재배가 시도되고 있고, 벌레가 특정 파장의 빛을 좋아한다는 특징을 활용한 특수 용도의 조명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분명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측면은 있지만, 앞으로 계속 성장할 분야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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