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쿠틴 산]


 - 파리쿠틴 산(Mt. Paricutin)은 멕시코 중서부에 위치한 화산으로 해발 높이는 2,800m, 주변으로부터의 상대 높이는 208m인 작은 산입니다. 활화산이라는 점을 빼면 특별할 것 하나 없어보이는 이곳은 의외로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화산인데, 그것은 화산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인류가 확실하게 목격한 매우 특이한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 본래 이 일대는 산이 아닌 들판이었고, '파리쿠틴'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과 인근의 농경지가 있었습니다. 1943년 2월 20일 오후 4시, 동네 주민인 '디오니시오 풀리도'는 가족들과 함께 자신의 옥수수밭을 일구고 있었습니다. 일을 하던 그들은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고, 땅에 균열이 생겨 부풀어오르더니 화산재와 연기가 분출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들은 연기에서 계란 썩는 냄새(황화수소 등 유황 화합물 가스)를 맡았다고 증언했습니다.


 - 소스라치게 놀란 그와 그의 가족은 농지와 경작용 소를 다 내버린 채 마을로 도망쳤고, 분출은 점점 심해져 다음날에는 약 50m, 일주일 후에는 100~150m 높이의 봉우리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농사를 망칠까 걱정하는 수준이었던 파리쿠틴 마을 사람들은 용암과 화산탄이 뿜어져나오자 자신들의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고, 결국 4월 들어서 마을을 포기하고 대피하기에 이릅니다. 6월에는 용암이 흐르는 방향에 있던 인근 마을 주민들도 대피하였습니다.



[1943년의 분출 장면. 출처 : 위키피디아]


 - 그러거나 말거나 화산의 분출은 계속되었고, 대략 1945년 1월까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대규모의 분출이 계속되었습니다(당시 분출된 화산재는 약 320km 떨어진 멕시코시티까지 날아갔다고). 그리고 큰 분출이 멈춘 이후로도 간간이 소규모의 분출이 이어졌고, 1952년에야 화산의 활동이 완전히 정지합니다. 처음 분출로부터 약 9년이 지나서, 파리쿠틴 '마을'이 아닌 파리쿠틴 '화산'은 계곡 바닥에서 424m 높이(출처 : 위키피디아)의 분화구로 변모하였습니다.


 - 마을 사람들과는 반대로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 따끈따끈한 화산의 탄생에 흥미를 가지고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화산의 탄생 순간부터 활동이 정지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이는 인류가 화산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온전히 지켜본 첫 사례로, 이후 화산 연구에 커다란 공헌을 하였으며 당시에 남긴 데이터는 현재까지도 연구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 사람들이 뻔히 보는 앞에서 분출한 화산이라,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거의 없었습니다(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사망 3명). 다만 주민들이 대피한 파리쿠틴 및 인근 마을은 용암 등의 분출물에 파묻혀 버렸고, 채 다 묻히지 않은 몇몇 건물들만이 이곳에 마을이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현재 분출은 완전히 멈춘 상태이며, 화산은 관광 명소가 되었고 분출에서 살아남은 인근의 다른 마을들에는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는군요.


[화산 인근의 San Juan Parangaricutiro 성당 유적]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