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번



충격과 공포의 60번


Charles-Louis Hanon (1819-1900)

<The Virtuoso Pianist in 60 Exercises>


 - 샤를-루이 아농은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이자 교육자로, 후대에는 거의 음악 교육자로서의 업적이 남아 있습니다. 19세기에는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음악 훈련에서도 과학적 접근이 시도되었는데,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다섯 손가락 훈련(Five-fingers exercise)'입니다. 아농이 쓴 <명피아니스트가 되는 60 연습곡>은 이 개념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대표적인 교본입니다.


 - 한국에서 흔히 <하농 60번>으로 알려진 이 교본은 1873년 출간되었으며, 출간과 함께 수많은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낳았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집니다. 이 교본은 피아노 연주의 기술적인 측면(손가락의 터치력, 타건(打鍵)의 정확성, 손목과 손가락의 유연성, 민첩성 등)을 기르는 데 더없이 좋은 교본이었기 때문에 많은 음악가와 교육자는 교본의 등장을 반겼으며, 1878년 파리 세계박람회에 출품하여 은상을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 하지만 이 교본에 대한 비판도 19세기 이래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이 교본이 음악성을 무시한, 지나치게 기계적인 연습을 강제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연습이 잘못되었을 경우 오히려 잘못된 습관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계적 연습만을 지나치게 반복하면 손목 부상 등 신체에 무리가 갈 위험이 크고, 연주자의 흥미를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은 생각할 만한 문제제기입니다.


 - 이렇다보니 전문 연주자 사이에서도 교본에 대한 평가는 극을 달립니다. 매일같이 교본의 1번~60번까지를 반복해서 연습하는 피아니스트가 있는가 하면, 교본 자체를 쓰레기 취급하고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가 있는 것. 어쨌든 세계의 피아노 연주자들에게 애증의 존재인 것은 맞는 듯합니다. 쇼스타코비치는 피아노 협주곡 2번에 교본 1번의 음형을 살짝 집어넣었는데, 이 곡의 초연을 자신의 아들(막심 쇼스타코비치, 1938-)이 맡았기 때문에 아들 놀려먹으려고 넣은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하농>이나 <하논>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며(실제로 아농은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이름 첫 글자 h가 묵음), 일반적으로 피아노학원에서는 바이엘 교본을 뗀 학생에게 체르니 100번과 함께 주어지는 교본이기도 합니다. Welcome to the hell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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