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여행을 가 보고 싶은 곳 한두 군데쯤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 또한 그만큼 다양하게 있겠죠. 나에게 여행이란 무슨 의미일까요? 역사 오덕(?)이라서 그런가, 무언가 역사적으로 절절한 사연 한 권쯤 가지고 있을 동네들이 나의 버킷리스트로 남아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고난의 역사, 쿠바의 사회주의로 살아남기, 이집트의 고대와 근현대, 중국 천안문의 어제와 오늘 등등.
- 한국에서 그런 곳을 꼽으라면 단연 제주도가 될 겁니다. 독자적 창조신화를 가진 '탐라국', 한반도 왕조의 실질적 식민지이자 착취의 보고, 삼별초 최후의 보루, 몽골 제국의 말 목장, 최악의 유배지, 출륙 금지령, 가장 학구적이며 가장 진보적이었던 근대사, 4.3 대학살과 이후 자신들의 정체성을 스스로 지워야만 했던 핏빛 현대사까지.
- 이런 곳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여행을 떠나 본 적은 거의 없었던 처지,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는 서글픈 쳇바퀴를 돌리며 살아왔던 나에게 이번 휴식기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막판 시험대비로 바쁘던 중 문득 '제주도에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망설임 없이 출발 비행기편을 예매합니다.
- 네. 정말 아무 계획도 없다시피합니다. 처음엔 언제 돌아올지도 계획이 없었더랍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대책은 세워야겠다 싶어서, 교통수단은 자전거로 정하고, 8일 후에 돌아오는 비행기편을 예매하고 첫 이틀간의 숙소를 예약해둡니다. 8일이라는 시간제한이 있으니 하루에 대강 어디까지 가본다라는 정도 구상도 해 봅니다. 그걸 빼면 정말 아무런 계획도 세워놓지 않았습니다.
- 뭐 그렇게 대책없이 여행을 가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내가 본 적도 없는 곳으로 가면서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는 건 가능이나 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해안도로를 달리며, 멋진 곳이 있거들랑 잠시 자전거 세워두고 바닷바람과 함께 쉬다가, 또 달리다가, 해가 지거든 멈춰선 동네에서 숙소를 잡고 다른 여행자들과 소소한 파티. 뭐 이런 게 여행의 맛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돈 문제를 좀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좀 불안불안한 상황이 되긴 했지만
- 묘한 설렘이 휘감아돕니다. 내일 밤 나를 맞이할 제주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그 곳에는 어떤 자연과, 어떤 역사와,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내일의 짐을 준비합니다. 초짜 여행자의 제주여행, 거기서 나는 어떤 것을 남길 수 있을까요.
- 그럼, 돌아와서 다시 만나요!
'◐ 2. 활동 >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도 여행기] 150503~150512 #6. 5월 8일 (0) | 2015.06.19 |
---|---|
[제주도 여행기] 150503~150512 #5. 5월 7일 (1) | 2015.06.18 |
[제주도 여행기] 150503~150512 #4. 5월 6일 (0) | 2015.06.07 |
[제주도 여행기] 150503~150512 #3. 5월 5일 (0) | 2015.06.01 |
[제주도 여행기] 150503~150512 #2. 5월 3일~4일 (0) | 2015.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