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자전거 일주 중만 아니었다면 아마 여기서 며칠은 더 있었을텐데. 일단 첫 목적지인 모슬포로 향합니다. 이틀간 햇볕에 심하게 익어버린 코와 팔뚝이 제법 따가운데,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햇볕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군요.



 - 일주도로를 타고 모슬포 입구까지 가면 그대로 일주도로를 따라 내륙으로 갈 수도 있고, 해안으로 빠져서 모슬포항과 송악산을 거쳐갈 수 있습니다. 일단 해안으로 갑니다.


 - 원래 계획은 모슬포항 앞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으니 조금 더 가보기로 합니다. 모슬포항에서 조금 더 가면 하모리 해변이 나오는데, 이곳은 최근 모래유실 등의 이유로 지정 해수욕장에서 제외되었다고 합니다.



 - 제주도에서도 최남단인 이곳 해안을 쭉 따라가다 보면 송악산이 나옵니다. 이곳도 손꼽히는 명소이고 추천받은 바도 있어 올라가보고는 싶은데, 자전거는 둘째치고 짐을 맡겨놓을 곳이 주변에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입맛을 다시며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떠나기로 합니다. 다음번에 다시 와야겠네요.



 - 송악산 바로 밑에는 조그만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서 마라도 가는 유람선을 탈 수 있습니다. 마라도로 가는 배편은 모슬포항과 이곳 송악산 쪽에서 출발하고, 가파도로 가려면 모슬포항에 가야 합니다. 잠시 고민을 하였지만, 중문까지 가야 하는 오늘 길이 가장 험난하다는 정보를 입수한 바 있었으므로 마라도 가는 길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합니다.


 - 송악산 밑에서 해물자장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립니다. 이쯤부터 빗방울이 애매하게 한둘씩 떨어지기 시작하니, 가방에 방수대책을 나름 해 두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산방산과 형제섬을 멀찍이 바라보고 달리는 이곳 해안도로는 제주도 해안도로 중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곳입니다.



 - 그렇게 달리다 보면 산방산이 눈 앞에 다가옵니다. 산방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붙어 있습니다.

"옛날 500 장군이 있었는데 이들은 제주섬을 만든 설문대할망의 아들들로 주로 한라산에서 사냥을 하면서 살아나갔다. 하루는 500 장군의 맏형이 사냥이 제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 나머지 허공에다 대고 활시위를 당겨 분을 풀었다. 그런데 그 화살이 하늘을 꿰뚫고 날아가 옥황상제의 옆구리를 건드리고 말았다. 크게 노한 옥황상제가 홧김에 한라산 정상에 바위 산을 뽑아 던져 버렸는데, 뽑힌 자리에 생긴것이 백록담이고 뽑아던진 암봉이 날아가 사계리 마을 뒤편에 떨어졌는데 이게 바로 산방산이라 한다." (출처 : 위키백과)


 - 산방산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화산암 바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산방(山房)'이란 산방산 곳곳에 있는 용암동굴을 의미한다고 하는군요. 아쉽게도 현재는 입산이 통제되어 정상에 오를 수 없습니다. 2022년까지 통제가 계속된다니, 조금 먼 미래를 기약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일단 블로거는 산방산 서쪽을 통과하여 내륙으로 들어갑니다(그나저나 여기서 용머리해안을 빼먹었다는 것을 블로거는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ㅡㅡ;).



 - 여기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화순리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곳도 나름 가볼 만한 곳이지만 블로거는 굳이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산방산 기슭을 타고 넘는 길이라 올라가기 상당히 빡셉니다. ㅡㅡ; 이 고생을 해가며 굳이 내륙으로 들어온 이유는 바로......



 -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유배지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김정희는 1840년 권력투쟁에 휘말려 제주로 유배당한지 몇 년 후 당시 대정읍내에 있던 이곳으로 이주하여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현재 이곳은 옛 유배지의 모습이 복원되어 있으며(실질적으로 민속박물관의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앞에는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추사관'이라는 이름의 작은 박물관도 있습니다. 세한도의 집 모양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입구가 지하에 있는 것도 특이하고 그 입구로 내려가는 계단 또한 상당히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블로거는 지상에 있는 출구로 먼저 들어가는 바람에 거꾸로 관람하고 나와서 입구부터 다시 관람했다는......ㅡㅡ;



 - 추사 유배지 주변으로는 옛 대정읍성이 남아 있습니다. 읍성을 뒤로 하고 다시 일주도로를 타고 갈 길을 갑니다.


 - 여기서부터 서귀포까지는 자전거 하이킹에는 상당한 난코스입니다. 애초에 자전거 대여점에서부터 이 코스가 가장 힘들 거라는 말을 듣고 왔던지라 나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자전거 초짜인 블로거에게는 말 그대로 지옥도가 펼쳐집니다. ㅡㅡ; 안덕계곡 주변을 타고, 말 그대로 계속계속 올라갑니다. 거의 150m 정도를 쉴새없이 올라가야 합니다. ㅡㅡ;


 - 한참을 올라가다가 뒤쪽에서 어느 중년의 라이더가 한 분 올라오십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좀 불쌍해 보였는지 블로거를 앞지르지 않고 블로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같이 달리십니다. 나름 인생 이야기도 하고 할 수 있다고 격려도 하면서 힘을 많이 불어주시는데 이미 정신없는 블로거는 (그 분이 싫어서가 아니라) 대화를 하는 것조차 상당히 힘에 겨워서 어떻게든 거리를 두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립니다. ㅡㅡ; 그 분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어쨌든 그 분이 일주도로를 벗어날 때까지 대화는 이어집니다. 어쨌든 덕분에 그나마 힘을 내서 넘었던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 그렇게 최대 난코스를 넘은......줄 알았는데 아직 안 끝났습니다. 중문 들어서도 150m 수준은 아니지만 만만찮은 언덕이 계속 나옵니다. ㅡㅡ; 아무튼 간신히 중문 시내에 들어서고, 숙소는 중문 옆의 대포포구 앞에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기로. 빗줄기가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조금 속력을 내야겠습니다.



 - 중문 마을 자체는 살짝 고지대에 있기 때문에 대포포구로 가려면 해안까지 내리막을 타야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ㅡㅡ; 마음이 급해지고, 최대한 빨리 간다고 지름길을 급하게 달리다가 결국 살짝 넘어지고 맙니다. 천만 다행으로 자전거도 멀쩡하고, 어디 까진 곳 하나 없었던지라 금새 수습하고 다시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초주검이 된 상태로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


#4일차 게스트하우스 : 아하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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