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마지막 날이 될 겁니다. 다리는 아프지만 이제 익숙해질 만하니 끝이 보이네요(물론 자전거 라이딩을 또 하라면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제 체력과는 맞지 않는 듯 ㅡㅡ;). 오늘 다시 제주시내에 들어갑니다. 어제 함께 술 한잔 했던 다른 일행들과 인사를 하고, 자전거에 오릅니다.


 - 얼마 가지 않아 4.3 유적지가 나타납니다. 4.3 유적지를 따로 알아보거나 했던 건 아닌지라, 해안을 쭉 돌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유적지가 많은데 이곳 북촌리 너븐숭이에는 따로 기념관(일단 공식명칭이라 이렇게 씁니다)이 지어져 있습니다. 북촌리는 4.3 당시 가장 많은 주민들이 학살당한 곳으로, 소설 <순이 삼촌>의 주요 배경이기도 합니다.



 - 숙연한 마음으로 너븐숭이를 떠나 조천읍으로 향합니다. 조천읍은 1919년 3.1운동이 크게 벌어진 곳 중 하나입니다. 어차피 일요일이기도 하고, 교회에 가기로 하였으니 읍내에서 좀 숨을 고르게 되겠습니다. 조천장로교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짐작컨대 조천읍 3.1운동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예배가 끝나고, 교회의 어느 분이 점심 먹고 가라시는 걸 어영부영 사양하고 다시 길을 출발합니다. 예전 군복무 시절 외박을 나왔을 땐 예배 후 점심까지 먹고 가곤 했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숫기가 더 없어졌는 모양입니다. ㅡㅡ; 어차피 제주시내가 멀지 않았으니 좀 더 가서 점심을 먹기로.


 - 조천읍을 지나 일주도로를 달리면 어느새 제주시내로 들어와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동네는 삼양동인데, 이곳에는 해변과 선사유적지가 있습니다. 삼양동 선사유적지는 청동기~초기철기시대 유적으로, 탐라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제주도 역사의 시작부분을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략 당시의 움집이나 고상가옥들이 당시의 모습을 추정하여 복원되어 있습니다.



 - 삼양동해변의 모래는 (제주도의 몇몇 해변들이 그렇듯) 상대적으로 검은 색을 띠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주도의 검은 화산암들이 깎여 퇴적된 것이겠죠. 맞은편에서 바라본 모습.



 - 이쯤 오면 아파트가 여럿 세워진 것이 제주시내에 들어왔음을 확연히 알게 해 줍니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때우고, 다음 목적지는 국립 제주박물관입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제주시내로 완전히 들어온 셈이죠.



 -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차분히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전 시대에 걸쳐 알찬 전시물들이 있는데, 플래시 터뜨리지만 말라고 붙어 있기에 조심스레 사진 몇 장을 남겨 보았습니다(블로거는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 등 유물에 훼손을 주지 않는 선에서 박물관에서의 사진촬영을 허용하자는 입장입니다). 박물관을 돌아다녀 보면 사진 촬영을 완전 금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플래시 정도만 금지하고 사진 촬영은 터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 제주도는 전통 갓의 가장 중요한 생산지였는데, 이는 전통 갓이 말총(말꼬리털)을 이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제주도에서는 몽골 점령기 이래로 말을 많이 길렀죠. 실제로 조선시대 제주도 주민들은 말총으로 다양한 모자를 만들어 생계에 보탰다고 합니다.



 -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조금 더 달리면 바로......



 - 다시 처음의 그곳으로 돌아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군요. 일주일간의 생고생(?)을 드디어 끝마쳤다는 성취감도 있고, 이제 일상으로의 복귀가 눈앞이라는 섭섭함도 있고, 별로 좋지도 않은 자전거였지만 나름 정이 든 것도 있고요. 수고 많았다는 대여점 사장님의 말을 뒤로 하고 오늘의 숙소로 향합니다.


 - 이 때만 해도 블로거는 내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8일차 게스트하우스 : 예하 게스트하우스 제주시청점 (現 호스텔 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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