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학교 역사교육과 2017년 추계답사 - 1일차

일시 : 2017. 9. 25. ~ 27.

답사지역 : 서울특별시



 2017년 한남대학교 역사교육과의 추계답사 지역은 서울특별시입니다. 서울이 오랜 기간 수도로 기능하였고 답사할 역사적 요소 또한 풍부하긴 하지만, 역사교육과 역사상 과 출범 초기에 한 번 다녀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사례가 없었을 만큼 서울 답사는 준비에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숙소 잡는 문제 등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운 좋게도 괜찮은 숙소를 서울 시내에 잡게 되어 성사될 수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그렇게 2박 3일간의 서울 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전 오랜 기간 서울을 터전으로 살다가 이제는 '답사'하러 방문하는 입장이 되니, 기분이 묘하네요.



 숙소에 짐을 놓아 두고 본격적으로 답사 일정을 진행합니다. 첫 순서는 사직단으로,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입니다.



 이곳은 북신문으로, 현재는 사직단 구역 내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대문은 이게 아니고 다른 쪽에 있습니다(본래의 대문은 현재 보물 제17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사직단 내부 구역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실제 사직단의 핵심 구역은 저 앞에 있는 작은 담장과 홍살문 안쪽인데, 이곳은 현재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관람객이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담장 너머로 그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중심에는 단이 두 개 있는데, 각각 사(社, 토지의 신)와 직(稷, 곡식의 신)에게 바치는 제단입니다(사단은 동쪽, 직단은 서쪽). 사직단은 일제강점기에 크게 훼손되었다가(사직을 끊는다는 의미였다고 하네요) 1980년대 말 복원사업을 통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직단에서 조금 일찍 빠져나와 다음 장소로 향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답사는 조금 특이하게, 조별로 나누어 정해진 시간 내에 대상 장소들을 자유롭게 찾아다니며 관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물론 시간 맞추어 단체관람하는 곳도 있고요).



 다음 장소는 종묘입니다. 표지판에 세계유산이라는 문구가 자랑스럽(?)게 박혀 있네요. 종묘는 매주 토요일을 제외한 날에는 자유관람을 할 수는 없고, 정해진 시각(대략 1시간마다)에 함께 입장하여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단체관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본래는 한 시간 뒤에 관람할 것으로 시간이 짜여 있었는데 조금 빨리 움직인 덕에 아슬아슬하게 앞 조와 함께 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어 입구로 들어가면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종묘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해설사께서 신신당부하는 사항으로, 입구에서 뻗어 있는 저 돌길의 가운데 부분은 신로(神路)이며 임금조차도 함부로 밟으면 안 되는 부분이니, 관람 시 절대 밟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것입니다. 가끔 저기를 밟고 다니는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이를 설명하는 데 애를 먹기도 한다는군요. ㅡㅡ; 관람 시 주의합시다.



 종묘의 구조는 대략 저렇게 생겼습니다. 가운데 정전의 미친 존재감(?)이 눈에 띄는데, 실제로 정전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길이가 긴 목조 건축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해설사가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십니다. 여긴 어디에 대한 설명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이곳은 재궁(齋宮)으로, 왕과 세자가 제사를 준비하고 목욕재계를 하는 곳입니다. 사진에는 건물 하나만 나와 있는데 실제로는 총 세 채의 건물이 있습니다. 각각 왕이 있는 곳, 세자가 있는 곳, 그리고 목욕을 하는 곳이라는군요.


 그리고 대망의 정전으로 이동합니다. 어찌나 큰지 한 컷에 다 찍기도 어렵습니다. ㅡㅡ; 본래 정전은 저렇게 큰 건물이 아니었지만, 조선왕조가 오래 이어지면서 왕이 죽을 때마다 건물을 증축하여 신위를 새로 모시는 통에 저렇게 긴 모양이 되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가 신라만큼 오래 갔으면 종묘 담장을 뚫고 나갔을 듯 다만 조선왕조의 모든 왕이 여기 모셔진 것은 아닌데



 정전에 모실 만큼의 포스(?)가 없는 왕들을 이웃한 영녕전에 모셔 놓았기 때문입니다. 태조 이성계의 조상들(목조, 익조, 도조, 환조)와 재위기간이 짧은 왕(정종, 문종, 단종 등), 생전에는 왕이 아니었다가 사후 추존된 왕(덕종, 장조 등)이 여기 해당됩니다. 영친왕(의민황태자) 부부의 신위도 이 곳에 모셔져 있다는군요. 물론 아예 왕 지위를 박탈당하고 복권되지 못한 연산군과 광해군은 여기에도 없습니다.



 블로거는 크고 아름다운 정전보다는 영녕전이 더 좋게 느껴집니다. 뭔가 훨씬 인간미 나고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영녕전까지 관람을 마쳤으면 이제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전체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종묘는 넓은 부지에 비해 건물은 많지 않아서, 곳곳에서 이런 녹지를 볼 수 있습니다.



 종묘를 나오니 점심시간이 되어, 조원들과 함께 근처 칼국수집에 가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까지 시간에 여유가 좀 있어서, 가는 길에 있는 인사동 쌈지길 구경을 하기로 합니다.



 생각해 보니 블로거는 서울에 살던 시절에도 쌈지길에 와 본 적은 없습니다(인사동에는 몇 번 왔지만). 정작 서울을 떠난 이후에 처음으로 와 보게 되네요. 블로거는 여기서 자잘한 물건들을 넣고 다니기 위해 작은 가방을 하나 샀습니다. 가격이 어땠냐고는 묻지 맙시다



 가는 길에 운현궁도 있어서 (답사 일정에는 없지만) 잠시 둘러보고 가자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휴일. ㅡㅡ;



 첫날의 마지막 순서는 국립민속박물관입니다. 쌈지길에서 어떤 가게에 답사자료집을 두고 오는 바람에 중간에 택시를 타고 다시 갔다 오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ㅡㅡ;



 블로거는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하단부는 쓸데없이 위압적으로 지어 놓은데다 위쪽은 목탑 양식(저게 법주사 팔상전을 본따 지었다던가요 아마)을 억지로 갖다 붙인 느낌이 들어 그렇습니다. 실제로 건축가들이 뽑은 <해방 이후 최악의 건축물> 목록에도 순위권에 들었을 만큼 논란이 많은 건물입니다.



 심지어 입구 로비에는 저 요상한 조형물을 설치해 놓아 그 위화감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ㅡㅡ; 연꽃 모양인 주제에 색은 시꺼멓고, 심지어 저게 주기적으로 쭈뼛 섰다가 늘어졌다를 반복해서 일종의 공포감까지 줍니다.



 그래도 내부 전시물들은 괜찮습니다. 농경무늬 청동기라든지



 별자리 지도도 있고



 그림이 그려진 병풍도 있으며



 풍물 악기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관람을 마치고 나면 입구 쪽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아까의 그 괴물같은 조형물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의 일정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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