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실업률. 출처 : 통계청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 2017년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6년 대한민국의 실업률은 3.7%로 전년 대비 0.1% 증가하였습니다. 사실 실업률 3%대라면 굉장히 양호한 것으로, 일시적 취업준비나 이직 등의 요소를 감안하면 거의 완전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그리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상황이 영 다른 것 같습니다.


 - 분명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못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쩔쩔매고 있는데, 통계는 우리 사회가 아주 양호한 상태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실업률 통계가 우리의 체감과 다르게 나오고 있는지,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어떻게 다른지 말입니다.




1. 실업률 산출의 진실 : 이 사람이 실업자가 아니라고요?


 - 일단 단어 정의부터 해 봅시다. 실업이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실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을 할 능력이 있고(즉 어디 중대한 장애가 있다거나 하지 않고)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즉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태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통틀어 경제활동인구라고 합니다. 실업자란 어디까지나 경제활동인구 중 일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가 생각하기엔 실업자이지만, 경제활동인구로 잡히지 않아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대한민국 사회에는 이런 사람들이 X라게 많습니다. ㅡㅡ;


 - 우선 학생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됩니다. 공부를 하고 있으니,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학생'이란 고등학교나 대학교 등 정규 교육기관에 재학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입시학원이나 취업(공무원, 고시 등)준비학원 등에 다니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그러니까 학원에서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수험생은 돈 한 푼 벌지 않지만 실업자가 아니게 됩니다. 물론 학원에 다니지 않고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할 경우에도 경제활동인구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 그리고 그냥 쉬었을 경우에도 제외됩니다. 군 입대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 일을 그만두고 이직하기까지 빈 시간이 있을 경우, 아예 취업을 포기해버린 동네 백수 등등 우리가 보기에는 놀고먹(?)는 실업자이지만, 국가에서는 이들을 실업자로 보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연로한 사람들도 빠집니다(일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 전업주부 중에서도 취업을 하고 싶으면서 못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역시 일률적으로 비경제활동인구가 됩니다.




2. 실질적 실업률 : 한국은 실업률이 매우 높은 국가이다!


 - 즉 실업률 통계가 체감과 다른 것은 우리가 보는 '실업자'와 국가에서 보는 '실업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의 '백수'들이 모두 실업자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생각하는 (사실상의) 실업자들을 합치면 실제 실업률은 얼마나 높아질까요?


[2016년 비경제활동인구 활동상태별 현황. 출처 : 상동]


 - 간단하게 통계를 가지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일단 저기서 '기타' 항목의 인원(교육기관 외 취업준비, 진학준비, 군입대대기, 순수백수 등)은 거의 포함된다고 보겠습니다(+2,359,000명). '재학·수강 등' 항목에서 정규교육기관 재학생(2016년 기준 대학+전문대학 2,782,000명. 참고)을 제외하고 포함할 수 있겠습니다(+1,214,000명). '가사', '육아' 및 '연로' 항목의 경우 명확한 기준을 잡기 어려우니, 여기서는 일단 제외하겠습니다.


 - 이걸 가지고 계산을 해 보겠습니다. 공식적인 실업률은 실업자 수(2016년 1,012,000명) ÷ 경제활동인구(2016년 27,247,000명) 로 계산됩니다. 여기에 위에서 구한 '사실상 실업자'들은 분모와 분자 모두에 더해야 합니다(경제활동인구가 아니므로).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실질적 실업률'은 단순히 계산해 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1,012,000+2,359,000+1,214,000 ÷ 27,247,000+2,359,000+1,214,000 × 100

     = 14.88(%)


 - 그렇습니다. 몇 가지 요소를 빼고도 실제 실업률은 15% 가까이 나옵니다! 이쯤 되면 통계적으로 실업률이 엄청나게 높아 보이는 미국이나 유럽 각국과 비교해 보아도 결코 꿀리지 않습니다. ㅡㅡ; 물론 그 쪽에서도 우리처럼 누락되는 '사실상 실업자'들이 다수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결코 적다고 말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2016년 취업자 수 및 고용률. 출처 : 상동]


 - 이번에는 통계를 뒤집어서, 고용률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고용률이 결코 높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대체로 약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여성 전업주부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음을 감안해야겠지만(한국의 남녀 고용률 격차는 OECD 내 1위를 달립니다), 결국 그 빈 자리를 누군가 채울 것임을 감안하면 큰 변수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통계대로라면 한국은 실업률과 고용률이 모두 낮은 희한한 사회가 되어버립니다.




3. 정리 :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의 위험성


 - 본래 실업률 통계는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자료 중 하나지만, 이런 식으로 통계가 체감과 동떨어져서야 어디에도 써먹기 어려운 의미 없는 자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자리에서 함부로 음모론스러운 이야기를 하지야 않겠지만, 중요한 참고가 되어야 할 자료가 이런 상태라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가 사회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점입니다. 실업률 통계만 보면 현재의 한국 경제는 역사상 최대 호황기라는 1990년대 초중반(당시 실업률은 2% 초반대였습니다)에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현재의 경제가 적어도 상당한 호황이라는 소리인데,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은 아마 별로 없지 싶습니다.


 - 이런 자료를 가지고 정부에서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세울 수 있을까요? 미국만 보아도 실업률 추이는 미국 경제의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데이터이며, 실업률 변화는 경제정책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대통령 선거 결과에까지 큰 영향을 주곤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실업률 통계는 그 어느 곳에도 써먹을 수가 없습니다. 통계는 현실을 보여주지 못하고, 사람들은 통계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거의 유일한 용도가 있다면, 실업률이 낮다고 주장하며 사람들의 불만을 잠깐 동안 잠재우는 역할 정도일까요? 이는 통계의 거대한 함정에 빠지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줍니다. 통계를 통하여 세상을 본다는 것은 곧 그 통계에 의해 세뇌당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우리가 생각 없이 접하는 통계를 좀 더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 

http://kostat.go.kr/portal/korea/kor_nw/2/3/1/index.board (통계청 고용/노동 관련 통계)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 (한국지표체계 고등학교 유형별 현황)

http://37start.tistory.com/595 (대학생 수 통계 출처)

http://oecd.mofa.go.kr/webmodule/htsboard/te... (OECD 실업률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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