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마지막 날이 될 겁니다. 다리는 아프지만 이제 익숙해질 만하니 끝이 보이네요(물론 자전거 라이딩을 또 하라면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제 체력과는 맞지 않는 듯 ㅡㅡ;). 오늘 다시 제주시내에 들어갑니다. 어제 함께 술 한잔 했던 다른 일행들과 인사를 하고, 자전거에 오릅니다.


 - 얼마 가지 않아 4.3 유적지가 나타납니다. 4.3 유적지를 따로 알아보거나 했던 건 아닌지라, 해안을 쭉 돌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유적지가 많은데 이곳 북촌리 너븐숭이에는 따로 기념관(일단 공식명칭이라 이렇게 씁니다)이 지어져 있습니다. 북촌리는 4.3 당시 가장 많은 주민들이 학살당한 곳으로, 소설 <순이 삼촌>의 주요 배경이기도 합니다.



 - 숙연한 마음으로 너븐숭이를 떠나 조천읍으로 향합니다. 조천읍은 1919년 3.1운동이 크게 벌어진 곳 중 하나입니다. 어차피 일요일이기도 하고, 교회에 가기로 하였으니 읍내에서 좀 숨을 고르게 되겠습니다. 조천장로교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짐작컨대 조천읍 3.1운동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예배가 끝나고, 교회의 어느 분이 점심 먹고 가라시는 걸 어영부영 사양하고 다시 길을 출발합니다. 예전 군복무 시절 외박을 나왔을 땐 예배 후 점심까지 먹고 가곤 했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숫기가 더 없어졌는 모양입니다. ㅡㅡ; 어차피 제주시내가 멀지 않았으니 좀 더 가서 점심을 먹기로.


 - 조천읍을 지나 일주도로를 달리면 어느새 제주시내로 들어와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동네는 삼양동인데, 이곳에는 해변과 선사유적지가 있습니다. 삼양동 선사유적지는 청동기~초기철기시대 유적으로, 탐라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제주도 역사의 시작부분을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략 당시의 움집이나 고상가옥들이 당시의 모습을 추정하여 복원되어 있습니다.



 - 삼양동해변의 모래는 (제주도의 몇몇 해변들이 그렇듯) 상대적으로 검은 색을 띠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주도의 검은 화산암들이 깎여 퇴적된 것이겠죠. 맞은편에서 바라본 모습.



 - 이쯤 오면 아파트가 여럿 세워진 것이 제주시내에 들어왔음을 확연히 알게 해 줍니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때우고, 다음 목적지는 국립 제주박물관입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제주시내로 완전히 들어온 셈이죠.



 -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차분히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전 시대에 걸쳐 알찬 전시물들이 있는데, 플래시 터뜨리지만 말라고 붙어 있기에 조심스레 사진 몇 장을 남겨 보았습니다(블로거는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 등 유물에 훼손을 주지 않는 선에서 박물관에서의 사진촬영을 허용하자는 입장입니다). 박물관을 돌아다녀 보면 사진 촬영을 완전 금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플래시 정도만 금지하고 사진 촬영은 터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 제주도는 전통 갓의 가장 중요한 생산지였는데, 이는 전통 갓이 말총(말꼬리털)을 이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제주도에서는 몽골 점령기 이래로 말을 많이 길렀죠. 실제로 조선시대 제주도 주민들은 말총으로 다양한 모자를 만들어 생계에 보탰다고 합니다.



 -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조금 더 달리면 바로......



 - 다시 처음의 그곳으로 돌아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군요. 일주일간의 생고생(?)을 드디어 끝마쳤다는 성취감도 있고, 이제 일상으로의 복귀가 눈앞이라는 섭섭함도 있고, 별로 좋지도 않은 자전거였지만 나름 정이 든 것도 있고요. 수고 많았다는 대여점 사장님의 말을 뒤로 하고 오늘의 숙소로 향합니다.


 - 이 때만 해도 블로거는 내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8일차 게스트하우스 : 예하 게스트하우스 제주시청점 (現 호스텔 린든)




(거의 월간 여행기가 되어가고 있지만 근성으로 이어나갑니다. 어느새 제주도에 다녀온지 세 달이 되어가네요)


 -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단 서둘러 성산일출봉부터 다녀오기로 합니다. 게스트하우스 위치가 좋아서 골목 하나만 빠져나오면 바로 매표소가 있는 입구 길목이 나옵니다. 역시 유명 관광지다보니 주차장에서부터 단체관광객의 파도가 느껴지네요. 주차장에 가득한 관광버스들은 대체로 중국인 여행객들의 것이 아닐까 합니다.



 -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합니다. 매표소-일출봉 사이에는 어느 정도 경사진 초원이 있는데 그 곳에서 말타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블로거는 돈이 없으니 열심히 올라가는 데 집중합니다. 올라가면서 등 뒤로 내려다보는 성산읍의 풍경도 퍽 멋집니다.



-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드디어 성산일출봉 저편을 볼 수 있습니다. 보호 차원에서 분화구 안쪽으로는 깊이 들어가지 못하게 해 놓았습니다. 새벽에 가면 유명한 일출 모습을 볼 수도 있겠지만 아쉬운대로 구름이 아스라이 낀 풍경으로 대신하기로 합니다.



 성산일출봉이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 지질학적 가치 때문입니다. 이런 형태의 분화구 중에서도 오랜 기간 바닷물에 깎여나가 지층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화산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죠. 그리고 이곳에서 깎여나간 화산 생성물들은 터진목과 신양해변 쪽으로 가 쌓여 지금의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를 육지와 연결시킵니다. 이 또한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독특한 지형입니다. 아무튼 한국어보다도 많이 들리는 중국어를 뒤로 하고 다시 내려옵니다. 성산일출봉에는 화산활동과 침식으로 생긴 이런 특이한 바위들이 많이 있습니다.



 - 내려와서 게스트하우스에 돌아가 짐을 찾고 출발합니다. 오늘은 바삐 움직여야겠습니다. 왜냐고요? 우도를 다녀와야 하니까요. 성산포 항구에서 우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습니다. 종달리 쪽에서도 탈 수는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성산포 쪽이 배편도 더 자주 있고 편리합니다. 다리가 너무 아픈 관계로 ㅡㅡ; 자전거는 세워두고 다녀오기로 합니다. 가방은 매표창구 쪽에 맡겨 두었습니다.



 - 배는 우도 천진항에 도착합니다. 이게 또 천진항에 서는 게 있고 하우목동항에 서는 게 있으니 헷갈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걸 헷갈리면 나중에 순환버스 탈 때 이상한 곳으로 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 천진항에서는 우도 순환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관광지마다 내려서 둘러보고 시간 맞춰서 다음 버스를 타고 다음 관광지로...... 가는 식으로 이용하게 됩니다. 다 좋은데 가격이 살짝 세군요. ㅡㅡ; 그래도 나름 기사님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다리가 편하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 첫 행선지는 우도봉입니다. 우도의 최고봉인데 위치는 섬 한쪽 구석에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을 따라서 해식 절벽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절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지형이 무너질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문도 있네요. ㅡㅡ;). 꼭대기쯤에는 등대가 있는데, 1906년 처음 설치되었으니 아마도 일본의 한국 침략과 관련이 있겠지요? 실제로 직전인 1904년에는 러일전쟁에 대비하여 일본 해군의 초소가 만들어진 바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발틱 함대가 제주도 동쪽 바다를 통해 들어왔을테니, 이를 감시하기 위해 초소를 만들었겠죠.



 - 우도봉 밑에는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습니다. 우도의 특산물은 땅콩인데, 이를 이용한 땅콩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추천.



 - 다음 세 곳은 모두 해변입니다. 순서대로 검멀레해변, 하고수동해변, 서빈해변입니다. 서빈해변은 바닥에 모래 대신 홍조류의 단괴(團塊)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지형입니다(산호 해변이라고도 하는데 실제로 산호와는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모래가 아니고 색깔도 훨씬 백색에 가깝기 때문에, 이곳에서 보이는 바닷물은 말 그대로 에메랄드빛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맑은 빛을 띱니다. 실제로 세계에 단 두어 곳밖에 없다고 하네요. 

주의 : 해변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니 바닥의 홍조단괴를 퍼오는 따위의 일은 하지 마세요. 벌금 나옵니다.



 - 아까 도착한 게 어느 항구였는지 헷갈리지 말라는 말 기억하시나요? 바로 서빈해변에서 항구로 돌아갈 때 하우목동항 방향과 천진항 방향 버스가 따로 있는데, 잘못하면 버스를 잘못 타서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게 됩니다. 네. 블로거가 버스를 잘못 타서 하우목동항으로 가는 바람에 서빈해변까지 다시 걸어와야 했습니다. ㅡㅡ; 어찌어찌 천진항으로 돌아와서 성산포행 배에 올라탑니다. 우도여 안녕~


 - 육지로 돌아와서,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합니다. 성산포는 서귀포시(옛 남제주군)의 동쪽 가장자리에 있기 때문에, 얼마 가지 않아 서귀포시는 끝납니다. 다시 제주시로 돌아왔군요! 이제 여행의 끝이 머지 않은 듯합니다.



 - 중간에 조금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길에 발견한 해물칼국수집은 '김대중 대통령이 다녀간 맛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습니다. ㅡㅡ; 아무튼 음식 맛은 좋군요.



 - 이곳에도 환해장성이 있습니다.



 - 지나가는 길에 어느 포구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표석을 발견합니다.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폐위당한 이후 강화도와 태안, 다시 강화도를 거쳐 마지막으로 이곳 제주도에 유배당해 살게 되는데, 이곳 행원리 포구가 바로 광해군이 도착한 곳이었던 것 같군요.



 - 해변도로를 쭉 달리다 보면 순서대로 월정리해변과 김녕해변이 나옵니다. 유명하기로야 김녕해변 쪽이 더 유명하지만, 월정리 쪽도 나름 괜찮습니다. 월정리해변에서는 멀찍이 풍력발전소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김녕해변은 다 좋은데 (아마도 모래 유실을 막으려는 것이겠지만) 백사장을 무언가로 덮어놓아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무언가 기대를 굉장히 많이 하고 가다보니 그 기대엔 살짝 못미치는 정도?



 - 그리고 조금 더 가면 드디어 오늘의 여정이 끝납니다.


#7일차 게스트하우스 : 안녕프로젝트 게스트하우스




 - 날이 밝고, 사람들과 헤어져 길을 떠납니다. 오늘은 그럭저럭 평탄한 여행이 될 예정이라 목표를 조금 길게 잡았습니다. 다리가 계속 아프기는 한데 이젠 적응이 되었는지 그럭저럭 달릴 만 합니다. 수고해주고 있는 자전거를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이름을 '고물카'라고 지었습니다. ㅡㅡ;).



 - 해안도로를 달립니다. 제주도의 해안도로는 저렇게 돌을 세워 가드레일(?)을 삼아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한동안은 딱히 붙일 말이 없을 정도로 평탄하네요. 해안도로와 일주도로를 오가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남원읍을 지나 표선면으로 들어섭니다. 표선면은 조선시대 정의군(郡)의 중심지였고, 중산간 쪽의 성읍마을에는 당시의 읍성도 남아 있습니다만 역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기엔 난이도가 높으니 다음을 기약하기로.



 - 해안도로의 끄트머리에 표선해변과 제주민속촌박물관이 있습니다. 표선해변은 백사장이 상당히 넓습니다.



 - 그리고 바로 이웃의 제주민속촌박물관으로 들어가려는데 입구 바로 근처쯤에 4.3 유적지가 나타납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4.3 사건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쓰지 않고 돌아다녔네요.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길을 멈춥니다.



 - 그리고 오늘의 1차 목적지, 제주민속촌박물관으로 갑니다. 용인 한국민속촌과 비슷하게 사설 박물관이라 입장료가 제법 되는 편이지만(그래도 한국민속촌보단 저렴합니다), 몇 가지 아쉬운 느낌을 빼면 입장료만큼의 가치는 충분히 하는 곳입니다. 입장료를 끊고 남은 돈을 헤아려보니 이젠 돈을 조금 아낄 필요가 있겠군요. ㅡㅡ;



 - 처음 들어가면 한켠에 제주 전통 어선 '테우'가 손님들을 반깁니다. 이런 뗏목 수준의 어선을 이용했던 것은 조선시대 제주도 주민에게 출륙(出陸) 금지령이 내려져 번듯한 선박의 제조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멀쩡한 선박을 만들 수 없으니 안전성이 떨어지는 테우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고, 그러다가 폭풍이라도 불면 어민들은 불귀의 객이 되기 일쑤였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제주도는 여자가 많은 섬이 되었다......라는, 아픈 역사의 페이지가 서려 있는 배이기도 합니다.



 - 박물관 곳곳에 제주 전통 가옥들이 복원되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주제로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 있어서 볼 거리가 많은데 이쯤 되면 박물관이 너무 넓다라는 문제점에 직면하게 됩니다. ㅡㅡ; 자전거 여행 중이라 다리도 아픈데, 결국 중간부터 관람열차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관람열차는 중간중간 있는 정거장에서 탈 수 있는데, 그리 자주 다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어째 탑승하지 말라는 투 같습니다. ㅡㅡ; 어쨌든 관람열차로 상당한 거리를 이동한 후 다시 내려서 마저 관람을 계속합니다. 중간을 빼먹고 나서도 볼 거리들은 군데군데 있는데, 제주 양식으로 낮은 돌담을 두른(방목하는 가축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묘지의 모형이 인상적입니다. 특이하게도 4.3 사건을 비롯하여 제 명에 죽지 못한 이들을 위한 작은 위령비가 함께 서 있습니다.


 

 -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다시 박물관의 출입구가 나옵니다. 민속촌 내에 주막 스타일의 식당가가 있긴 한데, 그냥 표선면으로 나가서 점심을 때우기로 합니다. 냉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



 - 성산읍 구내로 들어갈 때쯤 바닷가를 따라 웬 돌더미들이 쭉 나타납니다. 자연적으로 쌓인 건 아니고, 고려~조선시대 유적인 환해장성(環海長城)입니다. 삼별초 전쟁 시기에 처음 쌓기 시작하여 조선시대까지 걸쳐 오랜 기간동안 제주도 해안을 둘러 건축한 성인데, 지금은 이 곳을 비롯하여 몇 군데에만 남아 있습니다. 저렇게 돌더미 수준인 경우도 있고,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해안도로를 계속 달리다가, 온평리쯤에서 방향을 내륙쪽으로 틀었습니다. 일주도로를 건너 조금 더 들어가면 탐라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혼인지(婚姻池)와 신방굴(神房窟)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의 세 신인이 벽랑국에서 건너온 공주들과 혼인하기 위해 목욕재계한 곳이 혼인지, 혼례 후 신방을 차린 곳이 신방굴이라고 하지요. 신방굴은 작은 용암동굴인데, 특이하게도 내부가 세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 온 길을 돌아가 다시 해안도로를 달립니다. 조금 더 가면 섭지코지가 나옵니다. '코지'는 곶(串)의 제주어 발음이라고 하지요. 요즘은 한가운데 큰 리조트가 들어서고 유명세 때문에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기대만큼의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더 들어가려다가 자전거나 짐가방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그냥 그 주변 경치만 보고 발길을 돌립니다.



  - 그리고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성산포입니다. 성산포로 들어가면서 잠깐 짚고 넘어갈 곳이 하나 있는데......



 - 성산포 터진목은 화산폭발로 성산일출봉이 형성된 이후 바닷물의 퇴적 작용으로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사주(沙洲)입니다. 제주도 본섬과 성산포를 연결하고 있으며, 20세기 현대적인 도로가 가설되기 이전에는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기도 하여, 완전히 막힌 곳이 아니라는 의미로 '터진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군요. 이것도 중요하지만, 이 곳의 해변은 4.3 당시 이웃 고성리와 오조리 일대 주민 100여 명이 끌려와 학살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 사진의 장소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1940-)가 쓴 제주 기행문의 한 부분이 새겨진 추모비가 있습니다. 


#6일차 게스트하우스 : 산토리니 게스트하우스




 - 밤사이 날이 맑아졌습니다. 간만에 맛난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 어제까진 헬멧을 계속 착용하고 다녔는데, 얼굴 상태가 더 이상 햇빛에 노출시키면 안 될 정도라 오늘부터는 헬멧 대신 챙 넓은 모자를 쓰고, 한층 더 안전에 신경쓰며 다니기로 합니다(따라하진 마세요). 아마 오늘까지는 꽤 힘든 코스를 가게 될 겁니다.


 - 중문에서 서귀포로 가는 중간에 강정마을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조금 잊혀진 감이 있지만, 현재도 이곳에서는 군항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고 그에 반대하는 시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구럼비바위를 보고 싶었지만 이미 그쪽 해안은 공사 펜스로 막혀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 공사장 입구에서는 미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잠시 광경을 지켜보고는 다시 갈 길을 떠납니다. 지나가던 수녀님에게 꾸벅 인사만 드리고 출발.



 - 계속 길을 가다 보니 웬 비석들이 나타나는데, 자세히 보니 이 지역 출신 재일교포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제주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지금까지도 재일교포 중 많은 수가 제주도 출신이거나 제주도 출신자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 이 쪽에서도 계속 언덕과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그러다 문득 일주서로가 일주동로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니 서귀포에 거의 당도한 모양입니다.



 - 서귀포 시내에 거의 당도할 때쯤 언덕 밑으로 넓은 농경지가 보입니다. 당시에는 별 생각없이 사진을 찍었는데, 저 곳은 '하논'으로 제주도에서 거의 유일한 논농사 지대입니다. 저 일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분화구로, 저런 식으로 주변에 큰 산봉우리가 없이 분화구만 움푹 파여 있는 구조를 '마르'라고 한다는군요. 이곳의 분화구는 넓은 습지로 형성되어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수백 년 전부터 논농사가 이루어져 왔다고 합니다. 다만 농업과 주변 개발 등으로 환경 파괴가 심해서, 근래에는 하논의 자연 상태를 복원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하네요.



 - 드디어 서귀포 시내에 들어섭니다. 여기서 방향을 틀어 천지연폭포 쪽으로 갑니다. 지도로 보면 천지연폭포가 가까이 있는데, 실제로 폭포를 관람하려면 해안으로 쭉 내려간 다음 하류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다만 상류 쪽의 다리에서도 뭔가 보일듯 말듯한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 천지연폭포가 유명 관광지인 것 치고는 진입로가 비교적 비좁은 편입니다. 아무튼 빙 돌아서 폭포 입구에 도착하면 거대한 주차장과 상점가, 입장료 받는 곳이 있습니다. 관리소에 짐을 두고 입장.



 - 천지연폭포 자체도 아름답지만, 입구에서 폭포 사이에 있는 산책로 또한 난대림 사이에 있어서 꽤 즐길 만합니다. 폭포의 아랫쪽에는 과거 작은 수력발전소가 있었는데, 이곳을 자연보호구역으로 만들면서 철거했다고 하는군요. 잠시 폭포를 바라보며 쉬다가, 다시 갈 길을 갑니다.


 - 천지연폭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쭉 가다 보면 맛집거리를 지나치게 됩니다. 점심을 이곳에서 때우고, 오늘의 목적지를 향하여 전진합니다. 아직은 언덕이 계속 이어져 사람 진을 뺍니다. 결국 중간에 나오는 정방폭포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엄두가 도저히 나질 않아 포기.


 -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가다 보면 쇠소깍이 나옵니다. 계곡물이 바다로 흘러가기 직전에 잠시 고여 연못을 이루는데, 그 모습이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는군요. 뭘 알고 갔던 게 아니라 바닷가만 보고 가긴 했는데, 바닷가 경치도 꽤 볼만합니다.



 - 사실 쇠소깍은 이것 말고도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보는 경치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얼핏 보면 바윗돌들이 쭉 이어진 모양인데 저 사이로 계곡이 흐릅니다.



- 다시 일주도로를 달립니다. 쇠소깍은 서귀포시 동 지역과 남원읍 사이의 경계선에 있기 때문에 일주도로를 달리자마자 남원읍 표지판이 나옵니다.



  - 이쯤부터는 드디어 길이 좀 평탄해집니다. 이제 숙소까진 그럭저럭 편하게 갈 수 있겠군요.


#5일차 게스트하우스 : 짝 게스트하우스 남원점




 - 석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자전거 일주 중만 아니었다면 아마 여기서 며칠은 더 있었을텐데. 일단 첫 목적지인 모슬포로 향합니다. 이틀간 햇볕에 심하게 익어버린 코와 팔뚝이 제법 따가운데,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햇볕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군요.



 - 일주도로를 타고 모슬포 입구까지 가면 그대로 일주도로를 따라 내륙으로 갈 수도 있고, 해안으로 빠져서 모슬포항과 송악산을 거쳐갈 수 있습니다. 일단 해안으로 갑니다.


 - 원래 계획은 모슬포항 앞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으니 조금 더 가보기로 합니다. 모슬포항에서 조금 더 가면 하모리 해변이 나오는데, 이곳은 최근 모래유실 등의 이유로 지정 해수욕장에서 제외되었다고 합니다.



 - 제주도에서도 최남단인 이곳 해안을 쭉 따라가다 보면 송악산이 나옵니다. 이곳도 손꼽히는 명소이고 추천받은 바도 있어 올라가보고는 싶은데, 자전거는 둘째치고 짐을 맡겨놓을 곳이 주변에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입맛을 다시며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떠나기로 합니다. 다음번에 다시 와야겠네요.



 - 송악산 바로 밑에는 조그만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서 마라도 가는 유람선을 탈 수 있습니다. 마라도로 가는 배편은 모슬포항과 이곳 송악산 쪽에서 출발하고, 가파도로 가려면 모슬포항에 가야 합니다. 잠시 고민을 하였지만, 중문까지 가야 하는 오늘 길이 가장 험난하다는 정보를 입수한 바 있었으므로 마라도 가는 길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합니다.


 - 송악산 밑에서 해물자장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립니다. 이쯤부터 빗방울이 애매하게 한둘씩 떨어지기 시작하니, 가방에 방수대책을 나름 해 두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산방산과 형제섬을 멀찍이 바라보고 달리는 이곳 해안도로는 제주도 해안도로 중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곳입니다.



 - 그렇게 달리다 보면 산방산이 눈 앞에 다가옵니다. 산방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붙어 있습니다.

"옛날 500 장군이 있었는데 이들은 제주섬을 만든 설문대할망의 아들들로 주로 한라산에서 사냥을 하면서 살아나갔다. 하루는 500 장군의 맏형이 사냥이 제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 나머지 허공에다 대고 활시위를 당겨 분을 풀었다. 그런데 그 화살이 하늘을 꿰뚫고 날아가 옥황상제의 옆구리를 건드리고 말았다. 크게 노한 옥황상제가 홧김에 한라산 정상에 바위 산을 뽑아 던져 버렸는데, 뽑힌 자리에 생긴것이 백록담이고 뽑아던진 암봉이 날아가 사계리 마을 뒤편에 떨어졌는데 이게 바로 산방산이라 한다." (출처 : 위키백과)


 - 산방산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화산암 바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산방(山房)'이란 산방산 곳곳에 있는 용암동굴을 의미한다고 하는군요. 아쉽게도 현재는 입산이 통제되어 정상에 오를 수 없습니다. 2022년까지 통제가 계속된다니, 조금 먼 미래를 기약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일단 블로거는 산방산 서쪽을 통과하여 내륙으로 들어갑니다(그나저나 여기서 용머리해안을 빼먹었다는 것을 블로거는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ㅡㅡ;).



 - 여기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화순리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곳도 나름 가볼 만한 곳이지만 블로거는 굳이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산방산 기슭을 타고 넘는 길이라 올라가기 상당히 빡셉니다. ㅡㅡ; 이 고생을 해가며 굳이 내륙으로 들어온 이유는 바로......



 -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유배지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김정희는 1840년 권력투쟁에 휘말려 제주로 유배당한지 몇 년 후 당시 대정읍내에 있던 이곳으로 이주하여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현재 이곳은 옛 유배지의 모습이 복원되어 있으며(실질적으로 민속박물관의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앞에는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추사관'이라는 이름의 작은 박물관도 있습니다. 세한도의 집 모양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입구가 지하에 있는 것도 특이하고 그 입구로 내려가는 계단 또한 상당히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블로거는 지상에 있는 출구로 먼저 들어가는 바람에 거꾸로 관람하고 나와서 입구부터 다시 관람했다는......ㅡㅡ;



 - 추사 유배지 주변으로는 옛 대정읍성이 남아 있습니다. 읍성을 뒤로 하고 다시 일주도로를 타고 갈 길을 갑니다.


 - 여기서부터 서귀포까지는 자전거 하이킹에는 상당한 난코스입니다. 애초에 자전거 대여점에서부터 이 코스가 가장 힘들 거라는 말을 듣고 왔던지라 나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자전거 초짜인 블로거에게는 말 그대로 지옥도가 펼쳐집니다. ㅡㅡ; 안덕계곡 주변을 타고, 말 그대로 계속계속 올라갑니다. 거의 150m 정도를 쉴새없이 올라가야 합니다. ㅡㅡ;


 - 한참을 올라가다가 뒤쪽에서 어느 중년의 라이더가 한 분 올라오십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좀 불쌍해 보였는지 블로거를 앞지르지 않고 블로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같이 달리십니다. 나름 인생 이야기도 하고 할 수 있다고 격려도 하면서 힘을 많이 불어주시는데 이미 정신없는 블로거는 (그 분이 싫어서가 아니라) 대화를 하는 것조차 상당히 힘에 겨워서 어떻게든 거리를 두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립니다. ㅡㅡ; 그 분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어쨌든 그 분이 일주도로를 벗어날 때까지 대화는 이어집니다. 어쨌든 덕분에 그나마 힘을 내서 넘었던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 그렇게 최대 난코스를 넘은......줄 알았는데 아직 안 끝났습니다. 중문 들어서도 150m 수준은 아니지만 만만찮은 언덕이 계속 나옵니다. ㅡㅡ; 아무튼 간신히 중문 시내에 들어서고, 숙소는 중문 옆의 대포포구 앞에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기로. 빗줄기가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조금 속력을 내야겠습니다.



 - 중문 마을 자체는 살짝 고지대에 있기 때문에 대포포구로 가려면 해안까지 내리막을 타야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ㅡㅡ; 마음이 급해지고, 최대한 빨리 간다고 지름길을 급하게 달리다가 결국 살짝 넘어지고 맙니다. 천만 다행으로 자전거도 멀쩡하고, 어디 까진 곳 하나 없었던지라 금새 수습하고 다시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초주검이 된 상태로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


#4일차 게스트하우스 : 아하 게스트하우스




 - 전날 필름이 살짝 끊어지고......ㅡㅡ; 그래도 숙취는 별로 없는 상태로 깨어나서 다시 출발합니다. 역시 술은 섞어서 먹지만 않으면 숙취가 한결 덜하군요. 오늘은 제주도의 서쪽 바닷가를 거의 완주하게 될 겁니다.


 - 제주도의 지형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겠지만, 제주도의 서쪽과 동쪽 해안은 상대적으로 평탄하고 큰 언덕도 별로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기엔 상당히 좋은 환경이죠. 거리 계산에 살짝 착오가 있어서 처음 생각보다는 좀 짧게 달리게 됐지만, 조금만 더 부지런히 달리면 (블로거 같은 약골들도) 애월부터 모슬포까지 서부 해안 전체를 하루 내에 주파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저런 식으로 트럭에 판을 만들어놓은 길거리 까페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숨도 돌릴 겸 경치 구경도 할 겸 음료수 한 잔 마시고 갑니다. 곁가지로 일주일간 고생한 자전거 특별출연.



 - 특이하게도 솟대가 바다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 얼마 후 한림항을 지나갑니다. 해안을 타고 가다보면 역시 크고 작은 포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한림항이나 애월항처럼 읍내에 붙은 항구들은 규모도 크고 확장공사 중인 경우도 많이 있더군요.



 - 한림의 해안에서는 바다 건너 비양도라는 섬을 볼 수 있습니다. <고려사>에 보면 "바다에서 붉은 물(용암)이 솟아올라 굳어 섬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기록이 있는데, 이곳이 지금의 비양도라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지질학적으로 훨씬 오래 전에 섬이 만들어졌을 거라는 의견도 있어 진위 여부가 확실치는 않습니다. 한번 가보고픈 마음은 있었으나 배가 하루에 달랑 두 번만 있는 관계로 해안에서 지켜보는 정도로만 만족하기로 합니다.



 - 협재해변을 지나서......



 - 한림읍과 한경면의 경계쯤인 월령리 일대에는 넓은 선인장 자생지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일대에서는 아예 선인장을 작물로 재배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 일대에 온통 선인장이 깔려있는 인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일주도로를 한창 달리다가 다시 해안쪽으로 빠집니다. 한경면사무소가 있는 신창리 마을길을 지나면 해안도로가 나타납니다.



 - 제주도 해안은 바람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풍력발전소가 군데군데 만들어져 있습니다. 거대한 풍차들의 숲(?)을 지나서, 한참 달리다 보면 해안도로가 잠시 끊어집니다. 바다에 바짝 붙어서 봉우리가 하나 있기 때문.



 - 당산봉을 끼고 돌아가면 작은 포구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는 바다 건너에 있는 작은 섬으로 가는 배를 운행합니다. 그 섬의 이름은 차귀도. 약 1만5천원 정도를 내면 정기적으로 출항하는 차귀도 관광 유람선을 탈 수 있습니다. 사실 이 포구에서는 차귀도 관광 자체보다 그 근처 바다에서 할 수 있는 배낚시가 더 유명하지요. 시간이 좀 남으니 유람선을 타보기로 합니다. 시간은 대략 1시간 반 정도 잡으면 됩니다.



 - 차귀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단 무언가를 '채취'하면 안 되죠. 돌이라든지, 해산물이라든지. 바닷가 돌에 해초가 잔뜩 있어서 좋다고 달려가는 아주머니들도 계시고 했는데, 불법입니다(그 분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차귀도에는 원래 몇 가구 정도가 거주하는 유인도였다는데, 1970년대에 사람들이 다 떠나고 지금은 무인도가 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집 흔적 정도는 남아 있습니다. 유적이라기엔 살짝 모자라지만 앞으로 100년쯤 후엔 또 모르겠죠.


 - 포구로 돌아와서 다시 자전거에 탑니다. 조금 더 달리면 제주시를 벗어나 서귀포시로 들어가게 됩니다.



 - 이곳에서 길을 살짝 헤맸습니다. 얼마전에 일주도로가 넓은 길로 새로 뚫린 모양인데, 네이버 지도에는 옛날 길을 일주도로라고 표시해 놓았더군요. 새 길은 제대로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착오를 일으켰고, 결국 예측보다 좀 늦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3일차 게스트하우스 : 인연 게스트하우스




 - 5월 3일 저녁, 비행기를 타러 김포공항으로 향합니다. 20시 20분 출발 진에어 LJ341편.



 - 그런데 시작부터 지연... ㅡㅡ; 제주공항 쪽 기상문제 때문에 1시간 이상 늦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주공항 쪽은 이런 게 일상이라 특별할 것도 없는 모양이더군요. 아무튼 제주에 도착, 체크인 끝나는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게스트하우스에 골인할 수 있었습니다.


#1일차 게스트하우스 : 숨 게스트하우스 제주공항점



 - 4일 오전에 체크아웃을 하고 일단 나옵니다. 짐이 쓸데없이 많아서 영 곤란하네요. ㅡㅡ; 갈 길이 멀다고 짐까지 무겁게 할 필요는 없다는 교훈을 얻으며 일단 시내에 있는 삼성혈로 향합니다.



 - 삼성혈은 탐라 건국 신화의 무대입니다. 역사덕후의 여행이라면 역시 그 동네의 기원부터 시작을 해야겠죠. 삼성혈에는 (아마도 용암 관련 지형으로 추정되는) 세 개의 구멍이 땅에 나 있는데, 각각 고을나(高乙那), 양을나(良乙那), 부을나(夫乙那)가 이 구멍에서 출현하였다고 합니다. 수렵 생활을 하던 이들은 육지의 벽랑국에서 건너온 세 공주와 각각 혼인하였고, 공주들과 함께 건너온 곡식종자와 가축들을 바탕으로 농경문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신화의 내용입니다. 이 세 사람은 각각 제주를 본관으로 하는 세 성씨 - 고씨, 양씨, 부씨의 시조이기도 합니다.


 - 창조신화와 건국신화가 별개로 존재한다는 것에서, 제주도라는 곳이 육지와는 다른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세 시조의 혼인과 관련한 유적으로 혼인지와 신방굴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는 앞으로 제주도를 돌면서 방문하게 될 겁니다.


 - 삼성혈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자전거를 빌리러 이동합니다. 미리 예약을 해 두었으니 수령하기만 하면 됩니다.



 - 제주도 여행 내내 볼 수 있는 특이점이라면, 육지에서 콘크리트나 화강암 정도가 있을법한 공간을 제주도에서는 현무암을 비롯한 화산암이 채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 예약해둔 대여점(OK하이킹)에서 자전거를 빌립니다. 주인 아저씨가 "그래도 장기간 타고 다닐 건데"라는 말과 함께 자전거도 노펑크타이어로 바꿔주시고 비 올 때용 우비와 비닐봉투, 헬멧도 챙겨 주십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들이 으레 그렇듯 상태 자체는 과히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ㅡㅡ; 어차피 튼튼하게 8일간 버티기만 하면 되니, 이 정도라도 어딥니까.


 - 일단 자전거를 타고 갈 첫 행선지는 조금만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용두암으로 정했습니다. 어차피 해안도로를 타고 가려면 그 쪽으로 가야 하는군요.



 - 이 곳에는 유커들이 참 많이 옵니다. 용두암 뿐만 아니라 이름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유명한 곳은 어디서든 중국어를 서라운드(?)로 들을 수 있지요. 중국인이 어떻고 하는 소리를 하고 싶진 않고, 단지 적당히 조용한 분위기의 여행을 좋아하는 블로거의 입장에서 사람 몰리는 시끄러운 곳이 썩 좋지는 않았다는 정도로만 정리해 두겠습니다. 아무튼 제주 바다와의 첫 만남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해안도로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 갯벌이 별로 없는 제주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저런 해안 바위에 바닷물을 가둬놓고 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소금을 생산했다고 합니다. 바닷물을 가둬놓는 사진과 같은 넓은 바위지형을 '소금빌레'라고 하죠. 용두암에서 애월 방향 해안도로를 타면 제주공항 건너편을 지나가게 되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비행기가 낮게 오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하다 보면 해안도로와 일주도로(1132번 지방도)를 계속 오가면서 다니게 되는데, 블로거는 애월해안도로는 힘이 많이 드니 가급적 이용하지 말고 내륙의 일주도로를 이용하라는 대여점 주인 아저씨의 말씀을 깜빡하는 바람에 첫날부터 상당한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ㅡㅡ; 해안도로 주제에 언덕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 위엄을 보여줍니다. 블로거가 평소에 자전거 라이딩을 하던 사람도 아닌지라 정말 힘듭니다.



 - 힘들건 말건 경치 하나는 멋집니다.


 - 힘들게 해안도로를 달리며 간신히 오늘의 목적지인 애월읍에 도착합니다.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는 읍내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있습니다.


 - 그런데 아무래도 피부가 심각하게 타 버렸습니다. ㅡㅡ; 특히 코와 팔은 거의 새빨갛게 익어서 따끔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날이 덥지 않다고 안일하게 생각한 게 화근이었던 것 같네요. 그나마 팔은 막판에 토시를 사서 쓰고 다녔는데도 이 정도라니 앞으로 대책을 확실히 세우지 않으면 큰일나겠다 싶습니다.


#2일차 게스트하우스 : 오누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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