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를 채우고 조금 일찍 나옵니다. 자전거가 없으니 무거운 가방을 직접 들고 다니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ㅡㅡ;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떨어지고, 산간 지역에는 호우특보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별 생각 없이 제주목 관아를 향합니다(바로 저 '호우특보'가 무슨 의미였는지는 얼마 후 알게 됩니다). 아무래도 짐이 무거우니 택시를 타기로.


 - 제주목 관아는 조선시대 제주도 행정의 중심지였습니다......만, 지금 존재하는 관아 건물들은 모두 1990년대 이후 복원한 것들입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입구의 관덕정을 제외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터에는 경찰서와 여러 민가들이 들어서 있다가(그래서 당시에는 관아지(址)로 불림) 1991년부터 기존의 건물들을 철거하고 장기간의 조사를 통해 관아 복원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복원 전에는 관덕정 앞으로 넓은 광장이 있었다는데, 관아가 복원된 지금은 앞에 계단이 놓여있는 등 '광장'이라 부르기엔 살짝 부족한 상태입니다.



 - 복원은 그래도 잘 해 놓은 편이라서, 제주목의 역사를 알려주는 전시실이라든지 다양한 관아 건물들에 대한 설명도 충실하게 해 놓은 편입니다. 다만 모든 건물들을 다 복원한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에 건물 터로만 남아있는 공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그 곳도 원래 무슨 건물이 있었다는 설명 정도는 되어 있죠.



 - 한쪽 구석에는 특이하게도 근대유물로 분류될 법한 옛 제주시청 건물의 주춧돌을 전시해 두었습니다.



 - 돌아나온 입구에는 '수령 이하 개하마(皆下馬)'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수령 이하로는 말에서 내려 들어오라는 이야기일테니, 조금 넓게 해석하면 예의를 차리라는 의미도 될 겁니다. 요즘으로 치면 뭘까요, '수령 이하 개하차(皆下車)' 정도쯤 될런지?



 - 다음으로 민속자연사박물관(독특하게도 민속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하나로 합쳐져 있습니다). 삼성혈 바로 이웃에 있습니다. 여기도 그럭저럭 볼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 이 개복치는 어떻게 돌연사를 할까요? ㅡㅡ;


 - 마지막으로 삼성혈에 다시 가 봅니다.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는 것 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어쨌든 삼성혈과 이를 향해 고개를 숙인 주변의 나무들은 언제 봐도 신비함을 느끼게 합니다.



 - 삼성혈에서 나와 바로 택시를 잡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전화는 계속 산간지역 호우경보라고 난리를 치는데, 공항이야 산간에 있지 않으니 괜찮겠거니 생각했습니다만 공항에 도착해보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비행기가 못 뜬다는데 어쩔 수 있나요. 예약을 내일 오후로 변경하고, 내일 수업을 빠지게 되니 결항확인서도 하나 떼고(사무실 쪽으로 가서 떼어달라면 해 줍니다. 필요하신 분들 참고), 하룻밤을 어디서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인연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더 묵는 것으로 결정합니다.


 - 다음날,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맑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 쪽 기상 상황이 시원찮아서 또 연착이 됩니다. ㅡㅡ; 제주도는 이런 상황이 일상적이라 주민들은 그저 그러려니 한다고 하는군요. 아무튼 다행히 이번엔 결항이 되진 않았고,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김포공항으로 복귀. 비행기에서 바라본 제주도의 모습이 인상적이라 사진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 5월 3일 저녁, 비행기를 타러 김포공항으로 향합니다. 20시 20분 출발 진에어 LJ341편.



 - 그런데 시작부터 지연... ㅡㅡ; 제주공항 쪽 기상문제 때문에 1시간 이상 늦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주공항 쪽은 이런 게 일상이라 특별할 것도 없는 모양이더군요. 아무튼 제주에 도착, 체크인 끝나는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게스트하우스에 골인할 수 있었습니다.


#1일차 게스트하우스 : 숨 게스트하우스 제주공항점



 - 4일 오전에 체크아웃을 하고 일단 나옵니다. 짐이 쓸데없이 많아서 영 곤란하네요. ㅡㅡ; 갈 길이 멀다고 짐까지 무겁게 할 필요는 없다는 교훈을 얻으며 일단 시내에 있는 삼성혈로 향합니다.



 - 삼성혈은 탐라 건국 신화의 무대입니다. 역사덕후의 여행이라면 역시 그 동네의 기원부터 시작을 해야겠죠. 삼성혈에는 (아마도 용암 관련 지형으로 추정되는) 세 개의 구멍이 땅에 나 있는데, 각각 고을나(高乙那), 양을나(良乙那), 부을나(夫乙那)가 이 구멍에서 출현하였다고 합니다. 수렵 생활을 하던 이들은 육지의 벽랑국에서 건너온 세 공주와 각각 혼인하였고, 공주들과 함께 건너온 곡식종자와 가축들을 바탕으로 농경문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신화의 내용입니다. 이 세 사람은 각각 제주를 본관으로 하는 세 성씨 - 고씨, 양씨, 부씨의 시조이기도 합니다.


 - 창조신화와 건국신화가 별개로 존재한다는 것에서, 제주도라는 곳이 육지와는 다른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세 시조의 혼인과 관련한 유적으로 혼인지와 신방굴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는 앞으로 제주도를 돌면서 방문하게 될 겁니다.


 - 삼성혈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자전거를 빌리러 이동합니다. 미리 예약을 해 두었으니 수령하기만 하면 됩니다.



 - 제주도 여행 내내 볼 수 있는 특이점이라면, 육지에서 콘크리트나 화강암 정도가 있을법한 공간을 제주도에서는 현무암을 비롯한 화산암이 채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 예약해둔 대여점(OK하이킹)에서 자전거를 빌립니다. 주인 아저씨가 "그래도 장기간 타고 다닐 건데"라는 말과 함께 자전거도 노펑크타이어로 바꿔주시고 비 올 때용 우비와 비닐봉투, 헬멧도 챙겨 주십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들이 으레 그렇듯 상태 자체는 과히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ㅡㅡ; 어차피 튼튼하게 8일간 버티기만 하면 되니, 이 정도라도 어딥니까.


 - 일단 자전거를 타고 갈 첫 행선지는 조금만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용두암으로 정했습니다. 어차피 해안도로를 타고 가려면 그 쪽으로 가야 하는군요.



 - 이 곳에는 유커들이 참 많이 옵니다. 용두암 뿐만 아니라 이름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유명한 곳은 어디서든 중국어를 서라운드(?)로 들을 수 있지요. 중국인이 어떻고 하는 소리를 하고 싶진 않고, 단지 적당히 조용한 분위기의 여행을 좋아하는 블로거의 입장에서 사람 몰리는 시끄러운 곳이 썩 좋지는 않았다는 정도로만 정리해 두겠습니다. 아무튼 제주 바다와의 첫 만남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해안도로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 갯벌이 별로 없는 제주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저런 해안 바위에 바닷물을 가둬놓고 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소금을 생산했다고 합니다. 바닷물을 가둬놓는 사진과 같은 넓은 바위지형을 '소금빌레'라고 하죠. 용두암에서 애월 방향 해안도로를 타면 제주공항 건너편을 지나가게 되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비행기가 낮게 오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하다 보면 해안도로와 일주도로(1132번 지방도)를 계속 오가면서 다니게 되는데, 블로거는 애월해안도로는 힘이 많이 드니 가급적 이용하지 말고 내륙의 일주도로를 이용하라는 대여점 주인 아저씨의 말씀을 깜빡하는 바람에 첫날부터 상당한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ㅡㅡ; 해안도로 주제에 언덕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 위엄을 보여줍니다. 블로거가 평소에 자전거 라이딩을 하던 사람도 아닌지라 정말 힘듭니다.



 - 힘들건 말건 경치 하나는 멋집니다.


 - 힘들게 해안도로를 달리며 간신히 오늘의 목적지인 애월읍에 도착합니다.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는 읍내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있습니다.


 - 그런데 아무래도 피부가 심각하게 타 버렸습니다. ㅡㅡ; 특히 코와 팔은 거의 새빨갛게 익어서 따끔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날이 덥지 않다고 안일하게 생각한 게 화근이었던 것 같네요. 그나마 팔은 막판에 토시를 사서 쓰고 다녔는데도 이 정도라니 앞으로 대책을 확실히 세우지 않으면 큰일나겠다 싶습니다.


#2일차 게스트하우스 : 오누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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