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이버 블로그에서 대규모 개편을 예고한 것을 계기로 한동안 잘 묻어두었던 고민 - 블로그 플랫폼을 옮겨볼까 하는 생각이 또 튀어나왔습니다. 이런저런 장점에 이끌려 티스토리에 정착하고, 이후 몇 년간 글을 쌓아올려 이제는 그나마 하루에 몇십 명은 안정적으로 방문하는 블로그가 되었습니다(소위 파워블로그 수준이야 아니지만 어차피 그게 목적은 아니었으니 상관은 없지요). 하지만 잊을 만하면 다른 쪽으로 이전해볼까 여러 번 고민한 것도 사실이고, 실제로 네이버니 워드프레스니 하는 곳들로 이전해 보려고 시도한 적도 있지만 항상 결론은 티스토리 복귀였습니다(이번에도 그럴 것 같고요).


 블로거의 이런 고민이 더 심해진 것은 (확실치는 않지만)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다음의 옛 서비스들을 숙청(?)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대로 잘 나가던 다음 TV팟 같은 서비스들도 날아가는 마당에, 벌써 하향세를 탄 지 오래인 블로그 서비스가 무사할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구나 다음-카카오 병합 이후 카카오의 블로그 혹은 그와 유사한 서비스는 다음 블로그, 티스토리, 카카오스토리, 그리고 신규 런칭한 브런치까지 4개나 되니 카카오 입장에서 어떻게든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거기에 티스토리 운영상의 몇몇 논란 또한 블로거를 비롯한 티스토리 이용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데 일조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6년 말 전격 단행된 백업서비스 종료입니다. [당시 블로거의 글] 티스토리가 가진 최대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기능이 사라지는 것이라 논란과 반발이 상당했지요. 이미 당시부터 이 조치가 티스토리 서비스 종료의 시발점이냐, 타 플랫폼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티스토리 블로그를 백업해서 워드프레스 쪽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냐, 공지된 것처럼 단순히 의미 없어진 기능을 폐지한 것이냐 등등 많은 말들이 있었습니다.


 이후로는 사실상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서였는지 2017년에 티스토리 측에서는 관리페이지를 일부 개편하고 플래시 제거 등 대규모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였지만, 이후 1년간 딱히 추가로 바뀐 것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주요 경쟁상대라기엔 체급 차이가인 네이버 블로그가 대규모 개편을 예고하면서 티스토리를 검색에서 밀어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등, 티스토리 이용자들의 불만과 걱정만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랬다고 이런 상황이 싫으면 그냥 블로그를 옮기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블로거 역시 이런저런 플랫폼을 찾아보고 실제로 옮기려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도로 티스토리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왜였을까요? 아마 가장 큰 건 지금껏 블로그에 쓴 글들을 옮길 자신이 없어서였을 겁니다. 글 수가 많지 않던 과거에도 글을 일일이 옮기는 건 그야말로 다이나믹 노동이고(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백업 기능이 있던 시절에도 워드프레스 쪽으로 글들을 옮기려면 이런저런 귀찮은 작업들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워드프레스는 만드는 것 자체가 일이고 이젠 백업 기능도 어차피 사라졌기 때문에 ㅡㅡ;


 둘째로는 그동안 쌓아온 방문자 수와 구글 애드센스 수입을 포기하지 못해서일 겁니다. 하루 50~100명이라는 수치가 물론 파워블로거들에 비하면 하꼬방(?) 수준이지만 내 생각을 소소하게 표현할 창구로서는 충분하지요. 그리고 애드센스 수익이야 별 것이 없지만, 3년 이상 광고를 달아두니 그래도 이제 60$ 이상의 수익이 모였습니다. 이대로 한 2년쯤 더 지나면 누적 수익이 100$를 돌파하여 드디어 돈을 인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ㅡㅡ; 블로그를 옮기면 당연히 이 모든 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지요. 특히 워드프레스 쪽으로 간다면 말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다른 플랫폼을 선택하지 못할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블로거가 항상 고민하는 네이버 블로그는 다른 건 몰라도 방문자를 유치하는 데는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블로거는 처음 네이버로 가려고 했을 때 글 몇 개를 올리니 갑자기 방문자가 하루 500명 이상 몰려오는 경험도 해 봤습니다. 물론 블로그를 만들고 바로 밀어버리기를 반복하니 지금은 글을 써도 그렇게 아니 되지만). 구글 애드센스를 쓸 수는 없지만 어차피 수익을 목표로 운영하는 게 아니니 아쉽지만 상관 없고요.


 그런데 블로거가 느끼는 네이버 블로그의 문제라면 역시 HTML로 블로그를 꾸밀 수 없고(물론 블로거같은 허접 유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불편한 지점은 있더군요), 위에 언급한 글 옮기기의 불편함은 기본에, 무엇보다 서비스의 미래에 대하여 티스토리와 유사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그나마 최근 개편 예고를 하면서 우려를 불식시키고는 있는데, 그 이전만 해도 네이버 포스트를 밀어주고 블로그는 버린다느니 둘을 합병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많았습니다(그러고 보니 네이버 포스트와 브런치의 포지션이 좀 비슷하기도 하군요. 서비스의 성격은 좀 다르겠지만).


 워드프레스 쪽은 이제는 거의 포기. 직접 원하는 블로그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큰 매력이지만 그 만드는 과정이 (블로거같은 허접들에게는) 복잡하고 한국 스타일에 익숙한 형태의 스킨을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방문자를 끌어모으는 게 너무 어려워서 결국 gg 쳤습니다. 거기에 웹호스팅 서비스를 따로 찾아봐야 하는 것도 문제였고 말입니다. 이글루스는? 글쎄, 딱히 티스토리와 견주어서 뚜렷한 장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텍스트큐브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이쪽은 앞으로 개발이 이어질지 어떨지도 불투명하니 ㅡㅡ;


 자아 결국 이리하여 블로거는 티스토리를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변수가 없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쭉 이어질 가능성이 높겠지요. 사실 오랫동안 방치플레이(?)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티스토리는 나름대로 매력적인 플랫폼이라는 게 블로거의 생각입니다. 처음에 만들기를 상당히 잘 만든 것도 있고, 초대장 시스템으로 진입문턱을 적당히 둔 것도 돌아보면 괜찮은 운영방식이었고 말입니다(네이버 블로그처럼 홍보에 미친 돈벌이용 블로그로 헬게이트가 열리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불만이나 걱정이 생기면 블로그를 옮겨 볼까 하다가도, 결국 포기하고 돌아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으니 언젠가는 티스토리를 포기해야 할 때가 오겠지만(티스토리가 사라진다든지), 아직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카카오가 여러 개 난립한 자사의 블로그 서비스를 정리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분들이 단체로 정신나가지 않는 이상 트래픽 총량 한국 10위권에 십수 년간 방대한 콘텐츠를 쌓아올린 티스토리를 어떤 식으로든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요. 블로거의 입장에서는 그냥 이제 제발 걱정이나 않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티스토리가 블로그 백업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였습니다. [공지] 물론 함께 종료를 선언한 서비스가 몇 가지 더 있습니다만, 블로거가 거의 쓰는 일이 없었던 트랙백과 API 서비스와는 달리 백업 서비스의 경우 티스토리 전체의 명운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 일단 티스토리 운영측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이미 데이터 복원 기능이 없어진 지 오래인데, 굳이 복원도 불가능한 백업 기능을 남겨둘 이유가 없다.' 일견 합당한 생각입니다. 굳이 긍정적으로 보자면, 현재의 백업 기능은 블로그 복원에는 무용지물이 된 데다 블로거들이 타 플랫폼으로 이주하는 데 악용(티스토리의 입장에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니, 백업 기능을 차단하여 티스토리 블로거의 감소를 최대한 어렵게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기는 합니다.


 -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이유가 제법 많다는 점입니다. 우선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한 이후 지속적으로 옛 다음 시절의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카카오의 이름으로 간판을 바꾸어 왔습니다. 카카오톡과 겹치는 마이피플이 사라진 것을 비롯하여, 다음 지도는 카카오맵으로 흡수, TV팟은 카카오TV에 흡수통합되어 사라질 예정으로 있는 등등.


 - 다음이 티스토리 인수 이전부터 운영하던 다음블로그는, 서비스는 지속중이지만 사실상 관리를 포기한 상태로 수 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스토리의 중요 서비스가 폐지되는 것이 티스토리 자체의 단계적 폐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 특히 백업 기능의 폐지는 티스토리가 타 서비스형 블로그(특히, 네이버 블로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중요한 이점 하나를 없애는 것을 의미하기에, 티스토리 블로거들의 우려와 반발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입니다. 일단 블로거가 생각하는 티스토리의 차별점이라면


1. 디자인이나 운영의 높은 자유도

2. 강력한 백업 기능

3. 업로드 시각을 과거시점으로 설정 가능


등이 있겠습니다만, 3번은 이미 올해 봄에 사라졌지요(심지어 제대로 예고도 하지 않고 갑자기 기능을 없애서, 많은 유저들의 반발을 산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사실상 저 세 가지가 사람들을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끌고 오는 원동력이었는데, 이미 하나가 없어지고 남은 둘 중 하나도 곧 폐지한다니 블로거의 입장에서는 어찌 생각해야 하겠습니까?


 - 거기에 카카오의 서비스 중에서 이미 블로그를 대신할 수 있는 '브런치'가 존재한다는 것도 걱정을 키웁니다. 물론 브런치를 기존의 블로그 서비스와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기존 블로그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카카오는 역할이 겹칠 경우 과거 다음의 서비스들을 미련없이 내쳐버리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습니다.


 - 물론 '블로그'라는 콘텐츠의 특성상, 카카오가 무턱대고 티스토리를 닫는 것은 자폭행위에 가깝습니다. 한국 2위의 블로그 서비스, 수많은 양질의 블로거들이 십여 년간 쌓아올린 데이터의 축적량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서비스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활용가치가 충분하지요. 다음이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을 뿐


 - 브런치가 얼마나 흥하고 있는지는 (사용을 하고 있지 않으니) 잘 모르겠지만, 축적된 데이터의 양에서 티스토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티스토리를 날린다? 자폭도 이런 자폭이 없지요. 카카오 경영진이 제정신이라면, 이걸 제대로 활용하지 않을망정 그대로 날려먹는 바보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 하지만 최근 카카오의 사업확장이 지지부진한 것을 생각하면 확신은 못 하겠습니다. 그나마 출구전략이 될 만한 것이라면 티스토리의 명칭이 카카오XX로 바뀌거나 카카오스토리(+다음블로그)와 합병하고, 전체적인 틀은 셋 중 가장 잘 검증된 티스토리의 체제 중심으로 가는 것이겠습니다. 그런데 블로거가 카카오의 내부사정을 모르니,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군요.


 - 결론적으로 블로거는 티스토리가 그렇게 쉽게 사라질 만큼 허약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백업 기능이 사라지는 이상, 만약에 대비하여 플랜 B를 세워둘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아마도 많은 티스토리 블로거들이 설치형 블로그(워드프레스라든지)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실테고, 블로거도 일단은 티스토리 폐쇄 대비용으로 설치형 블로그를 함께 돌려볼 생각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만약'에 대비하는 것으로 끝나면 좋겠습니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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