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유명한 게임들 - 미르의 전설 1


 장르 

 MMORPG

 출시연도

 1998년

 개발사

 액토즈소프트




 - 독특한 재미가 있었지만 우리에게 잊혀진 추억의 게임들을 조명하는, "덜 유명한 게임들"의 첫 번째 순서는 <미르의 전설 1(이하 미르1)>입니다. 한국 MMORPG 게임의 여명기에 출시되었으며, 액토즈소프트의 데뷔작(<마지막 왕국>보다 한 달 앞서 발매)이기도 합니다. 1998년 11월 출시(출처), 과금방식은 당시에 일반적이었던 월정액제(₩20,000/월)였습니다.


 - MMORPG라는 장르는 1996년 <바람의 나라(이하 바람)>(다만 이쪽은 그 전 단계인 그래픽 MUD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 1997년 <울티마 온라인>이 발매되어 그 개념을 정립한 신생 장르였고, 이를 바탕으로 1998년 그 이름도 유명한 <리니지> 등의 대작이 잇따라 출시되며 한국 게임산업이 일거에 세계의 중심부에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아 옛날이여 미르1 또한 리니지와 같은 시기에 등장한, 한국 온라인게임의 선구자 중 하나입니다.


 - 미르1은 무협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거의 최초의 온라인게임입니다. 외공/내공 개념이라든지(그런데 이게 정확히 어떤 기능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음), 길드를 '문파'라고 불렀다든지(유저들이 붙이는 문파 이름에 'XX세가'라는 이름이 붙는 경우가 많았지요), 다분히 동양적인 배경이라든지...... 당시의 MMORPG가 대부분 그랬듯 미르1도 MUD 게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를테면 NPC와의 상점 거래는 채팅창 명령어 입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도지삽니다" "그런 물건은 안 팝니다"


 - 미르1의 가장 독특한 시스템이라면 전직 시스템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르1의 클래스(직업)개념은 일단 전사/술사/도사를 나누고(각각 물리공격/공격마법/치료마법), 거기서 음양오행스러운 분류에 따라 각각 둘씩 쪼개어 총 6종류의 직업으로 나누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미르1은 이 각 클래스마다 직업레벨(정확한 명칭은 잊어버렸으니 이렇게 부릅시다)이 존재하고, 이 레벨이 가장 높은 직업이 자연스럽게 자기 직업이 되는 식이었습니다.


 - 이런 시스템이라 전직이 매우 자유로웠지만(다른 직업의 직업레벨만 올리면 되니까), 그 자유로운 만큼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블로거의 기억에 따르면 직업레벨은 보통 그 직업에 해당하는 무공/마법을 마구 쓰면 경험치가 상승하고, 반대로 나머지 다른 직업의 경험치는 조금씩 깎여나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 이 때문에 직업 선택의 자유도는 무척 높았지만, 민주적 시스템이다 반대로 그만큼 관리해주기 까다로운 시스템이기도 했습니다. 전사가 술사나 도사의 마법을 배워 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런 것에 너무 맛들리면 정작 자기 직업의 직업레벨은 제대로 오르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거든요. 당시 유저들 사이에서는 캐릭터 레벨에 비해 직업레벨이 너무 낮은 캐릭터를 통칭 '허접'이라고 불렀습니다.


 - 미르1은 당시로서는 독보적인 세계관에 여러 특이한 시스템을 가진,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미르1은 그 가능성에 비해 흥행에 그닥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왜냐고요? 앞 글을 다시 보시면 알겠지만 같은 해, 그것도 바로 몇 달 전에 리니지가 나왔거든요. ㅡㅡ; (블로거의 사견임을 전제로) 이 게임은 다분히 리니지의 폭발적 인기에 묻혀버린 비운의 게임이라 하겠습니다.


 - 그런데 미르1은 희한하게 몇몇 지역에서는 리니지도 능가하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도 구리/남양주시 일대였습니다. 당시 블로거는 이 지역에 거주하였고, 구리시 일대의 PC방에는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2, 미르1 세 게임밖에 없다시피 했습니다(그래서 블로거는 리니지라는 게임의 존재를 상당히 늦게서야 알았습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블로거는 집에서 모뎀(!!!)으로 게임에 접속하기도 했는데, 전화요금+종량제 과금으로 플레이하는 방식도 있었지요.


 - 2000년경 대규모 업데이트 개념으로 <미르의전설 : 패왕전>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유저들의 기대와는 달리(미르1은 그래픽이 상당히 뒤처지는 편이었기 때문에 유저들은 그래픽의 업그레이드를 매우 기대하고 있었음) 내부 시스템 일부만 교체하는 수준이라, 분노한 유저들에게 바가지로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당시 바뀐 것 중에 유일하게 기억나는 게, 게임상의 모들 마을들을 '성'으로 바꾼 것 정도네요(ex. 비천마을 → 비천성).


 -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미르1의 인기를 떠받치던 구리남양주 권역에서도 미르1의 인기는 시들기 시작합니다. 물론 생각해보면 이것보다는 사람들이 다른 게임 쪽으로 더 몰리게 된 게 크다고 봐야겠지요. 당시는 스타크래프트와 포트리스2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고, 앞선 게임들의 성공에 자극받아 수준급의 온라인 게임들이 쏟아져나오던 시기였습니다.


 - 그리고 미르1의 후속작(이지만 미르1과 시스템은 상당히 다른)인 미르2, 미르3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미르1은 사람들에게서 점차 잊혀지게 됩니다. 블로거가 미르1을 떠났다가 다시 게임에 접속해본 게 2004~5년 경이었는데, 당시 게임은 완전무료화 상태로 운영되었고 극소수의 초고렙 유저들 위주로 남아 활동하고 있었습니다(블로거가 새 캐릭터를 만드니까 몇 명의 초고렙들이 격하게 환영하면서 도와주겠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 물론 이런 상태로 돌아가는 건 큰 의미가 없지요.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2004년인지 2005년인지 2006년인지 불분명) 미르1은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이후 몇몇 유저들이 프리서버 형태로 부활시킬 시도를 했던 모양이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액토즈소프트(+위메이드) 입장에서는 후속작인 미르2가 중국 시장에서 거의 레전드급으로 활약하고 있었으니, 실질적으로 망한 게임에 더 이상 신경 쓸 이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 그러다보니 미르1은 일세를 풍미한 미르의 전설 시리즈의 첫 작품임에도, 스크린샷 하나 제대로 찾기 어려울 만큼 철저히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는 액토즈-위메이드 분사, 샨다의 액토즈 인수, 그 후 지금까지(글 쓴 날 기준으로 바로 3일 전에도 이와 관련한 가처분 판결이 있었음) 이어진 기나긴 저작권 분쟁을 거치며 여기에 신경쓸 주체가 사실상 사라져버린 것도 한 몫 할 것입니다.


 - 그래도 미르1은 기억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게임입니다. 무협 MMORPG의 효시라는 점, 중국 시장을 지배한 미르의 전설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점만 해도 이 게임은 게임의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가치가 있거든요. 한국 온라인 게임 초창기에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게임들이 참 많았는데, 요즘의 게임들은 과연 이 시절 만큼의 독창성이라도 따라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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