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sily Sergeyevich Kalinnikov (1866-1901)
Symphony No.1 in g
연주 : 하나클랑 졸업생 오케스트라 HALO (2013 정기연주회)


 - 바실리 칼리니코프는 러시아 작곡가 중에서는 드물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란 인물입니다. 청소년기부터 음악적 활동을 시작하지만 경제적 문제 때문에 활동과 노동을 병행해야 했고, 그 결과 결핵에 걸려 이른 나이에 사망하게 됩니다. 교향곡 1번은 1895년 완성되었는데, 이 작품은 러시아 바깥에까지 알려지며 칼리니코프를 유명 작곡가의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5년이었고, 그는 두 개의 교향곡을 비롯하여 적은 수의 작품만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후기] 곡도 곡이지만 작곡가의 일생이 더 깊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워낙에 마이너한 작곡가다보니 한때 동아리 내에서 '우리가 연주한 게 한국 초연'이라는 낭설이 있었습니다만, 검색을 해 본 바에 따르면 이전에 몇 번 정도 연주가 된 작품이더군요.





Dmitry Shostakovich (1906-1975)

Cello Concerto No.1 Op.107
연주 : 하나클랑 졸업생 오케스트라 HALO (2013 정기연주회)


 - 스탈린 사후 쇼스타코비치를 둘러싼 환경에는 숨통이 트였지만, 개인사적으로는 첫째 부인의 사망과 두 번째 결혼의 실패, 본인의 건강 문제 등 악재가 겹치는 시기였습니다. 두 번째 결혼이 파탄지경에 이른 후 쇼스타코비치는 한동안 모스크바를 떠나 있었는데, 이 시기에 만든 작품이 첼로 협주곡 1번입니다. 이 작품의 작곡에 영향을 준 두 존재로 프로코피예프와 로스트로포비치를 들 수 있는데, 작곡가 본인은 프로코피예프의 첼로 작품에서 창작의 동기를 얻었다고 밝힌 적이 있으며, 실제 작곡은 쇼스타코비치가 좋아하는 명 첼리스트인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곡의 초연은 로스트로포비치의 협연으로 이루어졌고, 쇼스타코비치는 작품을 그에게 헌정하기도 했습니다.


[후기] 총 4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 3악장은 오로지 협주자의 카덴차만으로 되어 있습니다. 본래 2악장에 붙어 있던 카덴차가 길어지면서 아예 다른 악장으로 독립시킨 것이라고 하는군요. 연주하기에는 (현대음악이 종종 그렇듯이) 리듬이나 마디 구분이 변화무쌍하여 꽤 까다로운 작품입니다.





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

<The Wasps> "Overture"
연주 : 하나클랑 졸업생 오케스트라 HALO (2013 정기연주회)


 - <말벌>은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BC446-BC385)의 풍자극에 붙인 극음악으로, 1909년 작곡되었습니다. 극음악 전체는 1시간 45분에 달하기 때문에 별로 연주되지 않고, 후에 작곡가 자신이 직접 편곡, 정리한 오케스트라 모음곡이 주로 연주됩니다. 본 윌리엄스는 30대 중반에야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대기만성형 인물인데, <말벌>을 작곡하기 전 모리스 라벨(1875-1937)에게 개인적으로 관현악법을 배웠고 그 영향이 작품에 나타나 있다고 합니다.


[후기] 생각해보니 본 윌리엄스라는 작곡가의 이름을 들어보긴 했는데, 정작 그의 작품은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네요. 블로거가 처음으로 접한 본 윌리엄스의 작품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

Symphony No.3 in a Op.56 <Scottish>
연주 : 한양대학교 하나클랑 (2012 정기연주회)


 - 20대 초반 멘델스존이 유럽 여행을 하던 중,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작곡되었습니다. 다만 작곡 자체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려, 10년 이상 지나서야 완성되었는데 이는 교향곡 4번, 5번의 작곡보다도 늦은 것입니다. 다만 4번과 5번이 멘델스존 사후에나 출판될 수 있었기 때문에 출판 순서를 따라 이 작품이 3번을 받게 되었습니다. 초연은 자신의 지휘로 라이프치히에서 이루어졌고, 멘델스존은 이 작품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헌정하였습니다.


 [후기] 뭐랄까요? 뭔가 우울한 것 같으면서도 묘한 매력을 가진 곡이죠. 이 작품 역시 클라리넷으로 연주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기회를 얻진 못했습니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Egmont> Overture

연주 : 한양대학교 하나클랑 (2012 정기연주회), 서울교육대학교 에듀필 (2014 봄 연주회), 한국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 KUCO (2014 여름 연주회), 한국교사오케스트라 (2016 여름 연주회)


 - <에그몬트>서곡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가 쓴 동명의 희곡에 붙인 음악입니다. 베토벤은 초년부터 괴테의 음악세계를 존경해왔고, 괴테의 작품 중에서 특별히 <에그몬트>를 선택하여 극음악을 작곡, 괴테에게 헌정하였습니다. 괴테 또한 베토벤의 예술적 열정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두 사람은 나이 차이를 극복한 교류를 지속하게 됩니다. 베토벤의 작품 중에는 영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많은데, <에그몬트> 또한 그 중 하나입니다.


[후기] 워낙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라.




Antonin Dvorak (1841-1904)

Symphony No.9 in e Op.95 <From the New World>

연주 : 한양대학교 하나클랑 (2012 신입생 환영 연주회), 서울교육대학교 에듀필 2013 봄 연주회(4악장)), 서강대학교 ACES (2014 가을 연주회)


 - 말년 들어 세계적인 작곡가로 인정받게 된 드보르자크는 1892년 뉴욕 국민음악원의 원장으로 (거액의 급여를 받으며) 스카웃되어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향수병이라도 있었는지 그의 미국 생활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 사이에 흑인이나 아메리카 원주민 등 미국에서 만날 수 있는 특유의 음악 스타일을 자신의 작품에 적잖이 녹여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 시기의 작품 중 현악사중주 <아메리카>와 함께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곡이 바로 교향곡 9번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의미하는 <신세계로부터>라는 표제가 붙어 있습니다. 여담으로, 4악장을 시작하는 특유의 음형은 증기기관차의 출발 기적소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실제로 드보르자크는 중증 철도덕후ㅡㅡ;였다고 하지요.


[후기] 작곡을 다분히 '실전형'으로 익힌 드보르자크의 작품은, 실제로 후기로 갈수록 정교함과 세련미가 더 높아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7번 이전의 교향곡과 9번 교향곡을 들으며(혹은 연주하며)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드보르자크 특유의 매력은 초기 작품에서 더 많이 느낍니다. 물론 9번 교향곡 또한 걸작이며, 연주하면서 매우 즐거웠던 작품이죠.




Dmitry Shostakovich (1906-1975)

Symphony No.5 in d Op.47

연주 : 한국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 KUCO (2012 겨울 연주회)


 - '모차르트의 재래' 소리를 들으며 승승장구하던 소련의 신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공산당 기관지 <프라브다>에서 "음악이 아니라 혼란"이라는 맹비난(대체로 스탈린의 의향을 반영했다고 여겨지는)을 받으며 일생일대의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대숙청의 시대에 지도자의 비위를 거스른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든 체제에 고개를 숙임으로써 목숨을 보전해야 했고, 매우 실험적인 작품인 4번 교향곡은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리허설 도중에 스스로 초연을 취소해 버립니다(4번은 스탈린의 사후에야 초연됩니다). 그가 다시 '체제'로부터 찬사를 받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교향곡 5번이었는데, 피날레의 종결부를 체제는 승리의 팡파르로 받아들였고 이 작품 또한 체제의 승리를 선언하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집니다. 하지만 그 최후의 팡파르는 순수한 의미로 듣기에는 어딘가 뒤틀려있는 느낌을 주죠. 과연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을까요? 아무튼 이 작품의 성공으로 그는 한 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후기] 긴 말을 붙이진 않겠고, 그냥 이 작품을 연주하여 '영광'이었습니다. 아 물론 연주를 준비하면서 말 그대로 '죽을 뻔'했습니다. ㅡㅡ; 이 곡만큼은 꼭 파트보를 오래도록 챙겨두려고 했는데, 연주회 직후 모종의 개인적인 사고 때문에 악보를 챙기지 못했던 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네요. 덧붙여 첼로파트의 최고음은 3악장에서 두어 번 등장하는 '4옥타브 A' 입니다.





Sergei Rachmaninov (1873-1943)

Piano Concerto No.2 in c Op. 18

연주 : 한국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 KUCO (2012 겨울 연주회)


 -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1번은 발표 당시 비평가들에게 엄청난 혹평에 시달렸고, 라흐마니노프는 여기에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우울증을 겪음과 동시에 악상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상태(야구로 치면 스테브 블레스 증후군?)로 몇 년이나 시달리게 됩니다. 이후 정신과에서 최면요법까지 받아가며 간신히 우울증을 극복해내고, 다시 작곡도 가능해지자 그는 새로운 협주곡을 작곡하였고, 그 작품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그래도 아직 트라우마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는지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의 초연을 주변 관계자와 동료들만 모아서 비공식적으로 열었고, 대중 앞에 공식적으로 작품을 발표한 것은 그로부터 반년이나 지나서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그는 트라우마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는군요.


[후기] 의외로 아마추어 쪽에서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오케스트라 파트는 (어렵기는 해도) 어떻게든 소화 가능하긴 하거든요. 피아노 협연이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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